Novel/패러디

[신의탑] 커피 한 잔 Episode1 미완

무임 2013. 2. 4. 17:01


커피 한 잔 프롤로그


선별 인원들이 다시 선별 되어지는 20층.
나름 치열하다고 할 수 있는 이곳에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까페가 하나 존재하고 있었다. 보기만해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이 까페를 운영하는 작은 소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근사근히 전해와 귓가에 머물면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주었다.

랭커들 사이에서도 암암리에 소문이 퍼진 곳이라 그들도 은밀히 이곳에 와서 머물다 간다는 소문이 선별 인원들에게 퍼질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렇다고 언제나 까페에 손님이 꽉 차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까페는 소녀의 부모님이 물려준 곳으로, 사실 그렇게 맛이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맛있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건너편 까페로 가곤 했다.

그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까페의 작은 소녀의 행복한 미소와, 소녀가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좋아 머물고 가는 것 뿐이었다.

혹 스트레스를 받은 분, 계신가요?

그렇다면 잠시 이곳에 들려 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으실래요?

잠깐! 일단 이거 한 번 드셔보세요!

맛은 보장 못하지만요.

커피 한 잔
Episode 1. 지켜주세요.



하리는 통장을 집어든채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린 나이로 가업을 물려 받아 작은 까페를 하나 운영하고 있었다. 간신히 눈대중으로 부모님이 하시던 것을 따라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 였다. 어머니가 하셨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오시는 손님들도 아주 옛날부터 오시던 손님들이 대부분. 부모님을 잃은 하리가 딱해 고정적으로 와주는 분들 이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엔 손님이 넘쳐났는데, 지금은 텅 빈 까페 안. 하리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

이 까페는 하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었고, 부모님의 첫 만남이 있던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아둥바둥 악착같이 까페를 운영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잡일을 하며 돈을 벌어 유지비를 벌어왔다.

하지만 근래에는 너무 무리를 한 나머지 레스토랑의 서빙 도중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아르바이트에선 잘리고, 돈은 돈대로 받지 못하고, 다음달이 크게 위기였다. 커피 만드는 연습을 하다보니 재료값이 많이 나가고 아르바이트로 재료값을 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쩌지 …….”

하리는 암암리에 20층에서 태어나 키워져 공식적으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케이스였다. 명목상 선별 인원으로 부모님과 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하리를 선별 인원으로 알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역시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정교하게 만들어진 신분 증명서로 해오던 것이었지만, 돈이 많이 되는 큰 곳에선 들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 정규직으로 수명이 짧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있었다.

탑에 대한 정보는 어릴적 부모님이 하리를 재워줄때 늘 옛날 이야기를 해주듯 이야길 해주어서 선별 인원이 무엇인지, 이 탑 위에 오르면 어떤 것이 있는지 듣고 자랐던 기억 덕에 의심을 살만한 짓은 한 적이 없었다.

하리의 가장 큰 축복은, 좋은 부모님을 만났다는 점. 그녀의 행복한 기억들 모두 부모님을 통해 이루어진 기억이기 때문에 더욱 이 까페를 잃을 수가 없었다.

“재료만 어찌어찌 구하면 될 것 같은데 …….”

의자에 앉은 채로 우울하게 중얼거리던 그녀는 까페 밖을 바라 보았다. 하하호호 웃는 사람들. 또래 친구가 하나도 없는 하리는 언제나 그 모습을 부럽게 지켜보곤 했다. 그때, 바닥이 무너지랴 한숨을 내쉰 하리의 눈에 띄인 종이컵. 하리는 유유히 종이컵에 담긴 것을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한 가지 방법이 생겼다. 하리는 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불법이긴 하지만 이번 한 달만 그것으로 버티어 보자.

그녀는 가볍게 카운터를 넘어 달려가 가게 문을 잠군 뒤 뒷문으로 빠져 나가 마트로 달려갔다. 얼굴을 가린채로 몰래몰래 인스턴트 커피를 종류별로 잔뜩 산 하리는 해맑게 웃으며 다시 뒷문으로 들어가 밖에서는 보이지 않게 꼭꼭 숨긴 뒤 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

어차피 손님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어머니께 물려받은 등대로 이것 저것 웹서핑하며 시간을 죽이다가 즐겨찾는 「커피 애호가 모임」 까페에 접속했다. 소수 인원이 가입된 곳이지만, 활동량은 신기하게 많았다. 그녀는 올린 게시물에 달린 덧글에 리덧글을 달아주고, 새로운 게시물에다가 덧글을 단 다음 까페 채팅에 접속했다.

까페 채팅방엔 꽤나 많은 사람이 있었다. 하리는 꽤나 오랫동안 까페 활동을 했었기에 우수회원 이었고, 제법 넷인맥도 넓은 편이었다. 어린 나이와 활박하고 착한 성격으로 인해 까페 회원의 막내의 자리를 차지했기에 커애모 까페의 귀염둥이로 자리잡은지도 오래였다.

하리가 채팅에 접속하자, 여기저기서 인사를 날려왔다.

「방구석폐인 : 하리링! 어서와 ><」
「천재적인몸 : 여어, 귀염둥이 왔네?」
「막스만세 : 오랜만, 귀염둥이!」

「하링 : 안녕하세요^^」

뾰롱. 하고 하리의 등대에 채팅창이 계속 갱신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채팅방에 접속해 있었지만 이 셋이 계속 접속하고 있던 것 같았다. 하리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구석폐인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 사람은 닉네임처럼 언제나 넷에 접속해 있는다고 들었다. 남자인줄 알았지만 말투가 여자이고, 스스로도 하리에게 「난 여자임 오해ㄴㄴ」하고 밝힌적이 있기에 처음엔 하리는 당황했었다. 사실 가끔 넷 게임으로 친목을 다지기도 하는데, 그 게임에서 방구석폐인은 솔로플레이로 키우기 어렵다는 그 게임에서 숨겨진 랭커 1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가 어떻게 랭커야! 하며 넷 게임을 사랑하는 또다른 이인자, 천재적인몸 역시 그 게임에서 랭커였지만 아쉽게도 2위였고, 그동안 1위를 찾기 위해 별 짓을 다했는데도 못찾아서 포기하려고 했다는데 같은 까페 회원이자 여자인 방구석폐인이 떡하니 나타나는 바람에 울분을 토하며 그녀의 등대에 해킹하러 갔었다고 한다.

곧바로 역관광 당했다고는 하지만. 그 이후 천재님인몸은 절대 에게 대들지 않았다. 무언가 서로 아는 것 같은 눈치가 가끔 있긴 한데 비밀인 것 같아서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사실, 까페 사람들 대부분 다들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정기 모임을 가지진 않지만, 가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던지, 원래 있던 사람이 사라진다던지 등 교체사항이 있었음에 불구하고 대부분은 새로운 사람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하리를 배려해 방구석폐인이 귓속말로 너 가입하고나서 이 까페는 초대가입으로 바뀐 것 때문에 아는 놈들만 들어와. 라고 친절하게 알려준 덕에 그렇구나 했다.

천재적인몸이라는 사람은 게임도 잘하고 하리에게 잘해주는 사람 2위 였다. (1위는 방구석폐인.) 하리만한 여동생이 없다고 유독 이뻐해 주었다. 가족사가 복잡하다고 언젠가 언급한적이 있기에 하리는 그를 안타깝게 여기며 오빠오빠 하며 최대한 잘해주었다. 그리고 그 정보 외에는 잘 모르지만, 좋은 사람 같았다.

막스커피. 커애모의 이단아다. 이 사람은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하면서 까페에 가입해 있는 사람이었다. 그냥 사진으로 만드는것 지켜보는것을 좋아해서 가입했다곤 하지만 과연. 그가 까페에 올리는 게시물 중 98퍼센트가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찬양이었다. 2퍼센트는 하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이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까페 가입자들은 대부분 직접 커피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거나 비싸게 사람을 고용해 만들게 시키는 사람들이었기에 인스턴트 커피를 사랑하는 막스만세는 가끔 다른 분들께 테러를 받는다고 한다.

이곳에 가입한 대부분은 포지션으로 따지면 ‘등대지기’라고 들었지만 그 외에 다른 포지션도 심심풀이로 싼 일반용 등대를 구입해 웹서핑을 한다고 이 까페에서 들었다. 솔직히 그 부분에 대한 것은 자세한건 몰라서 그러려니 했다. 그 이야기가 확실한건지 아닌지도 모른다.

하리는 어느세 저녁시간이 가까워지는 시계를 보곤 슬슬 저녁 아르바이트에 갈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일 아침에는 오전에 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로 스케쥴을 정한 뒤, 그녀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그들의 인사를 들으며 채팅방에서 나왔다.

손님 한 명 오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내일은 괜찮을 거야. 그녀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채 환히 웃으며 열심히 아르바이트 장소를 향해 자전거를 타고 달려 갔다.


커피 한 잔1
Episode1. 지켜주세요.


“여- 하리.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이에요, 왕난오빠!”

20층에는 많은 선별 인원들이 비싸지는 시험료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악덕 사채업 회사 러커 캐시에서 대출을 받아 질릴 정도로 시험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리가 방금 인사한 왕난. 자왕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언제 탑에 온건진 모르겠지만 꽤 된걸로 기억한다. 항상 이 까페에 와서 물 한 잔 시켜놓고 하리에게 침을 튀기며 이번엔 꼭 시험에 통과할 거라며 테이블을 쾅쾅 두들기도 했다.

단지, 자왕난처럼 통과하지 못해서 자꾸만 빚이 늘어나는 케이스가 은근히 많다는 점. 차라리 포기하려면 편하기라도 할텐데 자왕난은 절대 포기하는 법이없었다. 미련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하리는 자왕난의 포기하지 않는 성정을 존경했다.

원래 성격도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자왕난의 포기하지 않는 점을 본받아 하리 역시 포기하고 싶을때가 있어도 꾹 참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곤 했다.

“그-래서 말이지~ 내가 이 탑의 왕이 될 거라니까! 내가 왕이되면 꼭 이 탑의 체계를 바꿔버릴 거야!”
“오빠. 그 말 지금 여덟 번 째 듣고 있어요.”
“… 미안. 나 시험보러 다녀올게.”
“이번엔 꼭 통과하세요!”

손을 붕붕 흔들어 인사를 하며 배웅을 해준 뒤 카운터에 앉았다. 자왕난은 막대한 빚 때문에 커피를 사먹는 일이 없었다. 가게 주인으로 치자면 매우 쓸모없는 손님이었지만 커피 재료가 거의 떨어져 인스턴트 커피와 원료를 섞어 진짜처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러자 손님 반응이 좋아진게 문제. 하리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맛이 더 좋아졌다네, 실력이 늘었다네. 등 칭찬을 감추지 않았다. 차마 거기다 대고 인스턴트 커피를 섞어놨어요. 라고 할 수 없어 어색한 웃음만 잔뜩. 하리도 시험삼아 마셔보니 마치 매운탕에 라면스프를 넣은 느낌이었다. 즉, 맛있었다. 인스턴트는 대단하다고 느꼈다. 막심사랑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딸랑-’

“어서오세요 ….”

하리는 간신히 말을 끝까지 이어서 했다. 하지만 지금 들어온 손님을 향해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 러커 캐시에는 많은 종류의 대출업이 있었다. 그 중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돈을 빌려주는 안정생활권 대출쪽에 하리 역시 옛날에 가게가 지금보다 더 휘청일때 러커 캐시에 돈을 빌린적이 있었다. 물론 뼈빠지게 일을 하기도 했고, 지인들이 도와준 덕에 모두 갚았지만 그때의 기억으로 안좋은 추억이 생겨 그 이후 러커 캐시에 절대 돈을 빌린적이 없었다.

또 이상하게도 하리가 돈을 갚은 뒤 완전히 시험료 전문 대출업쪽으로 회사는 방침을 돌렸다. 그때 이후 인연이 끊겼다고 생각했것만, 왜 그쪽 관련된 사람들이 이곳에 또 왔을까.

“오랜만이야, 하리양.”
“… 김럭커씨. 안녕하세요.”

김럭커. 러커 캐시의 대리. 예전에 하리네 까페를 담당하던 남자였다. 어려도 봐주지 않는 남자의 악독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남자는 왜 까페에 온 것일까.

“미안하지만, 걱정마. 우리 회사는 이제 너 안건들어. 그냥 사람 하나 찾으러 온거야.”

경계가 가득한 하리의 눈빛에 김럭커는 황급히 손을 휘저으며 변명을 했다. 그리고 곧 그는 품 속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내들곤 하리에게 넘겨주었다. 꺼림직해도 사진을 받아든 그녀는 째릿 김럭커를 몰래 노려본 뒤 그가 넘겨준 사진을 보았다.

사진에는 노란빛이 도는 주황색 머리카락을 무스로 빳빳하게 고정시키고 준수하게 생긴 남자가 찍혀 있었다. 하리가 잘 알고있는 남자였다. 사진에는 다름아닌 자왕난이 찍혀 있었다. 그들의 수법을 알고있는 하리는 무표정을 고수한채로 김락커를 올려다 보았다.

“이거 왜 주셨어요?”
“아, 혹시 이렇게 생긴 남자가 이곳으로 도망오면 나한테 전화 좀 해줬으면 해서.”
“…….”
“이크. 다음 고객님 보러 가야겠네. 그럼, 장사 열-심히 해라.”

김락커가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가게를 나갔다. 하리는 그가 나가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자왕난이 이곳으로 도망을 온다면 과연 지켜줘야 할까. 고민했다. 러커 캐시와 엮이고 싶지 않으니 도와주지 않는게 정석. 하지만 하리는 자왕난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어쩌지, 어쩌지. 복잡한 마음에 결국 커애모 회원들과 의논을 하기로 했다. 예전에 가게가 크게 휘청일때 그녀를 도와줬던 지인들은 모두 커애모 회원들이었다. 하리는 등대를 켜 익숙하게 까페에 접속한 뒤 게시물을 확인하지 않고 바로 채팅방에 들어갔다.



[하링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셨습니다.]

「하링 : 안녕하세요..」
「방구석폐인 : 하리링 안녕!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채팅방에서 늘 존재하는 방구석폐인. 그녀는 닉네임이 방구석폐인답게 언제나 넷에 접속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 혼자서 접속해 있었다. 시간이 한낮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다들 오전중에 잠깐, 밤 늦게 잠깐씩 들어오곤 했었다. 아니면 접속한채로 잠수하거나.


「하링 : 그, 제가 아는분 일인데...친구분이 20층에서 시험을 보고 있는데 좀... 계속 떨어지고 있거든요.」
「방구석폐인 : ㅋㅋㅋ 20층에서ㅋㅋㅋㅋ 하리링은 20층에 살고 있었지? 너는 시험 안 봐?」
「하링 : 저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 아니아니 아무튼, 그 친구분이 빚이.. 많아서 좀 쫓기나봐요. 러시 캐시 거기에서 제 가게에 왔다갔거든요..」
「방구석폐인 : 뭐? 언니가 거기 테러시켜줄까? 언니 좀 유능한 몸이걸랑. 하링이 괴롭히면 이 언니가 거기 작살내줌.」

“와, 역시 대단한 자신감!”

하리는 방구석폐인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러시 캐시는 매우 큰 회사라 쉽게 건들 수 없다. 괜히 귀찮게 그녀에게 피해를 주고싶지 않기도 했고. 잠시 말을 멈춘 사이에 방구석폐인의 대화가 여러개 올라와 있었다.

「방구석폐인 : 손가락 몇 번 두들기면 일도 아님><」
「방구석폐인 : 혹시 가게 조금이라도 건들면 채팅방으로 와서 언니ㅠㅠㅠ 걔들이 우리가게 건들였어ㅠㅠㅠㅠ 하고 울어. 순삭해줌.^p^b」
「방구석폐인 : 근데 그 친구라는 녀석 좀 아닌듯. 거길 계속 떨어지냐...ㅉㅉ. 머. 근성은 봐줄만하네.」
「방구석폐인 : ??? 하링 머해???」
「하링 : 아죄송해요생각ㅈㅁㅗ하느라」
「하링 : 생각좀 하느라요!」
「방구석폐인 : 오호. 남자친구?」

“아닌데!!”

[좀된년 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셨습니다.]

「좀된년 : 언니!! 방 문 좀 열어!!! 또 여기있었네!!ㅡㅡ」
「좀된년 : 어머, 하링. 오랜만이야~^^」

하링은 깜짝 놀라며 아니라고 타자를 두들기는데 좀된년이 채팅방에 들어왔다. 좀된년은 방구석폐인과 가족 사이인지 가끔 이렇게 들어와서 그녀를 찾곤 했다. 방구석폐인이 가끔 문을 잠그고 방에서 안나올때 걱정되서 들어온다고 한다. 하링은 좀된년에게 인사하고난 뒤 급히 나가본다고 적어올렸다.

그녀들의 인사와 함께 로그아웃 하여 등대를 끄고 자리에 뻗은 하링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왕난에 대해 의논을 하다 말았다. 결국 혼자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가 이곳에 도망쳐 온다는 가정이라면 단단히 준비를 해야했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크리라, 하리는 믿었다.

“좋아!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외출이나 해야지. 가서 아르바이트나 구해 볼까?”

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얼굴을 붉혔다. 새까만 단발이 결좋게 찰랑이며 움직일 때마다 위아래로 살랑였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뒤로 가게 문은 다시 닫히고, 꼼꼼히 잠금을 확인하고 문에다가 [급한 일로 용무중]을 붙여놓은 뒤 신나라 중앙 광장으로 뛰어 갔다.


커피 한 잔2
Episode 1. 지켜주세요.


하리는 오전중에 지하 노래방에서 카운터를 지키는 것으로 계약을 한 후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제법 예쁘고 깔끔한 치마정장 스타일의 유니폼은 하리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같은 동료이며 선배가 된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화련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저는 하리라고 합니다.”
“안녕. 난 화련.”
“부족한게 좀 많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 열심히 해.”

화련은 붉은색 머리카락을 곱게 길렀고, 한쪽 눈은 다친건지 안대를 차고 있었다. 오히려 그 안대가 그녀를 더욱 신비스럽게 보여주었다. 나른한 고양이 같으면서도 여전사와 같은 느낌을 보여주기에 하리는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기심이 잔뜩 섞인 눈빛으로 저를 응시하는 하리를 흘끔 바라본 화련은 그녀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어 주고선 손가락으로 이 노래방에 얼마나 있을지 새어 보았다. 하나 둘 … 비올레가 언제쯤 이곳에 도착하려나. 이 년 정도 남았으려나.

화련의 생각에 잠긴 모습까지 하리의 취향이었다. 하리는 그녀를 롤모델로 삼으리 다짐하며 싱글벙글 웃으며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어서오세요!”


**


오후가 되어 파트 시간이 끝나 화련에게 인사한 뒤 열심히 뛰어 가게로 돌아갔다. 가게 앞에 도착한 하리는 문을 열기 위해 열쇠 꾸러미를 꺼냈는데, 한쪽 구석에 어두운 기색으로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기겁하며 꺄아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어 버렸다.

눈물이 찔끔. 온 몸이 아파왔다. 눈가를 쓱쓱 닦아 눈물을 닦은 뒤 자세히 보니 자왕난이 어두운 오오라를 내뿜고 앉아 있었다.

“왕난오빠 … 깜짝 놀랐잖아요!”
“미안 …….”

어째 느낌이 또 탈락을 한 듯 싶었다. 하리는 자왕난이 안타까워 그의 어깨를 토닥여준 뒤 문을 열었다. 가게 문에 달린 방울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녀는 문을 열어 고정시킨 뒤 자왕난에게 손을 뻗었다.

자왕난은 그런 하리의 태도에 의아했는지 고개를 슬쩍 들어 눈가가 잔뜩 빨게진채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런 그를 향해 하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 지금 내가 돈이 없는데.”
“괜찮아요. 이번엔 특별히 공짜! 오빠를 위해 만들어 드릴게요.”
“하, 하리 …….”

그의 얼굴이 잔뜩 울상이었다. 그리고 곧 벌떡 일어나선 하리를 꽉 안으며 고마워 고마워 를 외쳤다. 가게가 구석에 박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이곳을 흘끔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하리는 그나마 있는 손님마저 안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낑낑 움직여 자왕난을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 갔다.

빈 테이블에 그를 앉힌 후 하리는 초보자용 커피메이커를 꺼내들었다. 부모님이 쓰시는 전문적인 것은 고장이 날까봐, 또 실력이 좋지 않아 사용하기가 조금 그랬다. 그녀는 커피메이커에 분쇄된 원두 커피를 넣고 물통에 물을 넣어 커피가 추출 되기를 기다렸다.

약 2분이 조금 지났을까, 그녀는 추출된 커피를 컵에 따른 뒤 그녀가 가장 못하는 설탕과 시럽 넣기를 도전했다. 얼마나 넣어야 가장 맛있는 맛이 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엄마가 만드신 것은 맛있었는데 내건 왜 무식하게 달기만 할까.

하리는 조심조심 설탕을 넣었다. 한 스푼 두 스푼 … 시럽을 약간 넣어 마무리 한 뒤 긴장된 표정으로 커피잔을 쟁반에 올린 뒤 자왕난에게 다가갔다. 자왕난은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처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대부분은 잔뜩 기대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까페는 커피 맛이 그 어떤 곳보다 맛있어 암암리에 외탑까지 소문이 퍼져 과장해서 말하면 새로오는 선별 인원들은 이곳의 커피를 마셔야 통과한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제법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명성도 없어진지 오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자왕난은 손님이 없는게 시간대가 안맞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왕난이 하리가 만든 커피를 받아들곤 고맙다고 말했다. 하리의 얼굴이 긴장된 것을 보지 못한 그는 아무생각 없이 한 입 들이켰다.

“…….”
“…….”
“… 설탕물.”

저도 모르게 설탕물이라 중얼거린 자왕난은 눈물이 송글송글 달린 하리의 얼굴을 발견 했다. 본능적으로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당황하며 커피잔을 내려 놓은 뒤 허둥지둥 하리에게 변명했다. 나 단거 좋아해. 맛있었어. 음, 이 달콤함. 고마워 하리. 등 열심히 변명했다. 그렇다. 변명은 변명일 뿐.

자왕난의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들으며 하리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암울하게 속삭였다.

“알아요. 맛 없는거 … 저 못하는거 아니까 변명하지 말아 주세요. 비참하다구요.”
“미, 미안해 하리!”
“됐어요. 근데 오빠 왜 왔어요?”

테이블에 올려진 커피를 뒤로 하고 하리는 자왕난의 맞은편에 앉아 물었다. 그제서야 자왕난은 이곳으로 온 자신의 목적을 깨달았는지 아. 하고 멍청하게 반응했다. 이 오빠, 역시 바보. 하리는 속으로 생각하며 자왕난을 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자왕난은 한참을 고민하는 눈빛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굴러갔다. 하리는 어쩐지 그가 이곳으로 온 목적이 조금 짐작이 갔다. 그래도 인내심 있게 그의 말을 기다렸다.

곧 그는 하리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 당분간 신세져도 괜찮을까?”

커피 한 잔3
Episode 1. 지켜주세요.


하리는 눈을 몇 번 꿈벅였다. 이 오빠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왕난오빠 … 변태?”
“아니아니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지금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어서 부탁하는 것 뿐이라고!!”

자왕난이 거센 반발을 하며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리는 농담삼아 말한 이야기였지만, 사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미 며칠 전 김럭커가 와서 일종의 경고를 남기고 갔었다. 이 이후 자왕난이 도망을 오게 된다면 숨겨줘야 할까 말까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해답은 없었다.

어찌 해야 할까. 하리는 저의 머리를 콩콩 치며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그를 보내기엔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김락커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누군가가 가게를 지켜줄 사람이 있었다면 … 고용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려만. 생각에 잠긴 그녀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붕붕 흔들었다. 누군갈 고용할 자금도 안되고, 그렇다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인맥도 없었다.

아니, 잠깐.

“인맥이야 까페 언니 오빠들이 있었지!”
“엉?”
“좋아요. 왕난오빠는 여기서 머무르세요. 대신, 의식주는 알아서 하시고 제가 없는 동안 가게를 지키셔야해요. 저 아르바이트도 하고 바쁘거든요.”
“어, 허락하는거야? 그정도야 뭐-. 콜!!”

자왕난이 신이 났는지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그런 그를 뒤로 하고, 하리는 네트워크에 접속했다. 뒤에서 그녀의 넷 용 등대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자왕난은 곧 옆에서 지켜보기로 결심했는지 의자를 끌고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몇 번의 두들김으로 커애모 까페에 접속한 하리는 채팅방에 들어가자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열심히 타자를 두들기며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꺼내기 시작했다.

「하링 : 혹시 이번에 시간 좀 여유 있는분 계세요?」
「피카곱등ㄴㄴ : 무슨 일인데요?」
「미녀님 : 조금 바쁠지도.」
「방구석폐인 : 시간이야 넘치지만 나가진 않아.」
「불꽃심장 : 피카새끼랑 지금 어디 좀 가고 있긴 한데.」
「피카곱등ㄴㄴ : 피카새끼라고 하지 마시죠 콜라새끼야ㅋㅋ」
「불꽃심장 : ㅗ어ㅗㅗㅗㅗ이ㅗㅗ쿠ㅗㅗㅗ오ㅗㅗㅗ타가ㅗㅗㅗ」
「피카곱등ㄴㄴ : 죽어.」

여전히 덤앤더머같은 피카곱등과 불꽂심장 이었다. 하리는 허허 웃으며 둘이 싸우는 사이에 진짜 목적을 두드려 나갔다. 자왕난은 연신 짱이다! 신기해! 등 여러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봐선 당장에 내일이라도 김럭커가 찾아들어올 것 같았다. 새벽같이 이곳에 와줄 수 있는 실력자에 착한 사람 어디 없을까. 민폐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부탁했다.

「하링 : 그, 방구석 언니는 들어서 알겠지만 그때 말한 친구분이 러시 캐시 대금을 못갚고 저희 가게로 왔거든요 … 일단 여기서 있으라고는 했지만 저는 약해서 가게를 지킬 힘이 없어서요.」
「방구석폐인 : 아하. 도움 요청이구나! 이 언니가 엔터 한 방으로 회사를 꺾어줄게. 1분만 기다려.」
「하링 : 앗 언니 스톱」
「하링 : 으앙 아니 언니 그러지 마시구요ㅠㅠㅠ 그냥 가게에 커피 만들어주실 분, 싸움 좀 잘하시면 되는데..」

방구석폐인은 엔터 한 번 쳤음 회사는 완전히 끝이었을 거라며 아쉬워 했다. 그녀가 아쉬워하든 말든 하리는 그녀가 자주 망상에 빠지곤 했기 때문에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자왕난이 까페 회원들이 다들 참 독특하다며 킬킬 웃어댔다.

아무래도 도우러 와줄 사람은 현재로서는 없는 듯 싶었다. 어쩔 수 없이 혼자서라도 이겨내보겠다고 결심한 그때, 하리의 눈에 띄인 것이 있었다. 여태 조용히 있던 막심사랑의 말이었다.

「막심사랑 : 이번주는 우연히 시간이 남아서 그런데 제가 잠깐 들리죠^^」
「불꽃심장 : 헐」
「피카곱등ㄴㄴ : 헐」
「하링 : 정말요? 감사합니다!! 20층 올라오는 입구에서 봬요!!」

불꽃심장과 피카곱등이 하리의 말에 계속 안된다. 저 인간의 말을 믿지 마라 등의 악의 섞인 말들이 갱신이 되었다. 그러나 하리는 급했기 때문에 막심사랑에게 쪽지로 전화번호를 넘긴 뒤 내일 만날 시간을 정했다. 곧 그때 보자는 쪽지를 마지막으로, 등대의 전원을 내렸다.

자왕난은 어느새 커피포트키든 뭐든 이것저것 만지며 신기해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호기심이 잔뜩 쌓인 개 같아서 하리는 충동적으로 자왕난의 머리를 만져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예의가 아니니까.

어찌되었던간에 결과는 괜찮다. 하리는 자왕난에게 이것저것 커피를 만드는 방법만을 알려주었다. 스스로도 못하기 때문에 그저 방법만 알려주는 하리. 의외로 자왕난은 소질이 있었던가 처음 만든 것 치곤 나쁜 맛이 아니었다. 조금 삐졌다.

소란스러웠던 그 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리는 러시 캐시의 주가가 오후에 갑작스럽게 엄청난 속도로 수직하강 했다는 소리를 듣고 쌤통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사실 방구석폐인이 했던 일이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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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일상물을 쓰고싶어 쓰게된
일명, 탑의 실세님들과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

간단한 설정으로, 탑에 존재하는 랭커들은 하나의 까페에 가입해서 정보공유 하는 정도. 근데 어느날 쌩뚱맞게 평범한 아이가 갑툭튀. 근데 넷일찐 자하드공주님 방구석폐인이 소녀를 맘에들어해서 챙겨준달까...뭐, 그정도로 생각하고 쓰는중.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