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프롤로그


선별 인원들이 다시 선별 되어지는 20층.
나름 치열하다고 할 수 있는 이곳에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까페가 하나 존재하고 있었다. 보기만해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이 까페를 운영하는 작은 소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근사근히 전해와 귓가에 머물면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주었다.

랭커들 사이에서도 암암리에 소문이 퍼진 곳이라 그들도 은밀히 이곳에 와서 머물다 간다는 소문이 선별 인원들에게 퍼질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렇다고 언제나 까페에 손님이 꽉 차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까페는 소녀의 부모님이 물려준 곳으로, 사실 그렇게 맛이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맛있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건너편 까페로 가곤 했다.

그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까페의 작은 소녀의 행복한 미소와, 소녀가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좋아 머물고 가는 것 뿐이었다.

혹 스트레스를 받은 분, 계신가요?

그렇다면 잠시 이곳에 들려 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으실래요?

잠깐! 일단 이거 한 번 드셔보세요!

맛은 보장 못하지만요.

커피 한 잔
Episode 1. 지켜주세요.



하리는 통장을 집어든채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린 나이로 가업을 물려 받아 작은 까페를 하나 운영하고 있었다. 간신히 눈대중으로 부모님이 하시던 것을 따라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 였다. 어머니가 하셨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오시는 손님들도 아주 옛날부터 오시던 손님들이 대부분. 부모님을 잃은 하리가 딱해 고정적으로 와주는 분들 이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엔 손님이 넘쳐났는데, 지금은 텅 빈 까페 안. 하리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

이 까페는 하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었고, 부모님의 첫 만남이 있던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아둥바둥 악착같이 까페를 운영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잡일을 하며 돈을 벌어 유지비를 벌어왔다.

하지만 근래에는 너무 무리를 한 나머지 레스토랑의 서빙 도중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아르바이트에선 잘리고, 돈은 돈대로 받지 못하고, 다음달이 크게 위기였다. 커피 만드는 연습을 하다보니 재료값이 많이 나가고 아르바이트로 재료값을 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쩌지 …….”

하리는 암암리에 20층에서 태어나 키워져 공식적으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케이스였다. 명목상 선별 인원으로 부모님과 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하리를 선별 인원으로 알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역시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정교하게 만들어진 신분 증명서로 해오던 것이었지만, 돈이 많이 되는 큰 곳에선 들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 정규직으로 수명이 짧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있었다.

탑에 대한 정보는 어릴적 부모님이 하리를 재워줄때 늘 옛날 이야기를 해주듯 이야길 해주어서 선별 인원이 무엇인지, 이 탑 위에 오르면 어떤 것이 있는지 듣고 자랐던 기억 덕에 의심을 살만한 짓은 한 적이 없었다.

하리의 가장 큰 축복은, 좋은 부모님을 만났다는 점. 그녀의 행복한 기억들 모두 부모님을 통해 이루어진 기억이기 때문에 더욱 이 까페를 잃을 수가 없었다.

“재료만 어찌어찌 구하면 될 것 같은데 …….”

의자에 앉은 채로 우울하게 중얼거리던 그녀는 까페 밖을 바라 보았다. 하하호호 웃는 사람들. 또래 친구가 하나도 없는 하리는 언제나 그 모습을 부럽게 지켜보곤 했다. 그때, 바닥이 무너지랴 한숨을 내쉰 하리의 눈에 띄인 종이컵. 하리는 유유히 종이컵에 담긴 것을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한 가지 방법이 생겼다. 하리는 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불법이긴 하지만 이번 한 달만 그것으로 버티어 보자.

그녀는 가볍게 카운터를 넘어 달려가 가게 문을 잠군 뒤 뒷문으로 빠져 나가 마트로 달려갔다. 얼굴을 가린채로 몰래몰래 인스턴트 커피를 종류별로 잔뜩 산 하리는 해맑게 웃으며 다시 뒷문으로 들어가 밖에서는 보이지 않게 꼭꼭 숨긴 뒤 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

어차피 손님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어머니께 물려받은 등대로 이것 저것 웹서핑하며 시간을 죽이다가 즐겨찾는 「커피 애호가 모임」 까페에 접속했다. 소수 인원이 가입된 곳이지만, 활동량은 신기하게 많았다. 그녀는 올린 게시물에 달린 덧글에 리덧글을 달아주고, 새로운 게시물에다가 덧글을 단 다음 까페 채팅에 접속했다.

까페 채팅방엔 꽤나 많은 사람이 있었다. 하리는 꽤나 오랫동안 까페 활동을 했었기에 우수회원 이었고, 제법 넷인맥도 넓은 편이었다. 어린 나이와 활박하고 착한 성격으로 인해 까페 회원의 막내의 자리를 차지했기에 커애모 까페의 귀염둥이로 자리잡은지도 오래였다.

하리가 채팅에 접속하자, 여기저기서 인사를 날려왔다.

「방구석폐인 : 하리링! 어서와 ><」
「천재적인몸 : 여어, 귀염둥이 왔네?」
「막스만세 : 오랜만, 귀염둥이!」

「하링 : 안녕하세요^^」

뾰롱. 하고 하리의 등대에 채팅창이 계속 갱신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채팅방에 접속해 있었지만 이 셋이 계속 접속하고 있던 것 같았다. 하리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구석폐인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 사람은 닉네임처럼 언제나 넷에 접속해 있는다고 들었다. 남자인줄 알았지만 말투가 여자이고, 스스로도 하리에게 「난 여자임 오해ㄴㄴ」하고 밝힌적이 있기에 처음엔 하리는 당황했었다. 사실 가끔 넷 게임으로 친목을 다지기도 하는데, 그 게임에서 방구석폐인은 솔로플레이로 키우기 어렵다는 그 게임에서 숨겨진 랭커 1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가 어떻게 랭커야! 하며 넷 게임을 사랑하는 또다른 이인자, 천재적인몸 역시 그 게임에서 랭커였지만 아쉽게도 2위였고, 그동안 1위를 찾기 위해 별 짓을 다했는데도 못찾아서 포기하려고 했다는데 같은 까페 회원이자 여자인 방구석폐인이 떡하니 나타나는 바람에 울분을 토하며 그녀의 등대에 해킹하러 갔었다고 한다.

곧바로 역관광 당했다고는 하지만. 그 이후 천재님인몸은 절대 에게 대들지 않았다. 무언가 서로 아는 것 같은 눈치가 가끔 있긴 한데 비밀인 것 같아서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사실, 까페 사람들 대부분 다들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정기 모임을 가지진 않지만, 가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던지, 원래 있던 사람이 사라진다던지 등 교체사항이 있었음에 불구하고 대부분은 새로운 사람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하리를 배려해 방구석폐인이 귓속말로 너 가입하고나서 이 까페는 초대가입으로 바뀐 것 때문에 아는 놈들만 들어와. 라고 친절하게 알려준 덕에 그렇구나 했다.

천재적인몸이라는 사람은 게임도 잘하고 하리에게 잘해주는 사람 2위 였다. (1위는 방구석폐인.) 하리만한 여동생이 없다고 유독 이뻐해 주었다. 가족사가 복잡하다고 언젠가 언급한적이 있기에 하리는 그를 안타깝게 여기며 오빠오빠 하며 최대한 잘해주었다. 그리고 그 정보 외에는 잘 모르지만, 좋은 사람 같았다.

막스커피. 커애모의 이단아다. 이 사람은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하면서 까페에 가입해 있는 사람이었다. 그냥 사진으로 만드는것 지켜보는것을 좋아해서 가입했다곤 하지만 과연. 그가 까페에 올리는 게시물 중 98퍼센트가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찬양이었다. 2퍼센트는 하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이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까페 가입자들은 대부분 직접 커피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거나 비싸게 사람을 고용해 만들게 시키는 사람들이었기에 인스턴트 커피를 사랑하는 막스만세는 가끔 다른 분들께 테러를 받는다고 한다.

이곳에 가입한 대부분은 포지션으로 따지면 ‘등대지기’라고 들었지만 그 외에 다른 포지션도 심심풀이로 싼 일반용 등대를 구입해 웹서핑을 한다고 이 까페에서 들었다. 솔직히 그 부분에 대한 것은 자세한건 몰라서 그러려니 했다. 그 이야기가 확실한건지 아닌지도 모른다.

하리는 어느세 저녁시간이 가까워지는 시계를 보곤 슬슬 저녁 아르바이트에 갈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일 아침에는 오전에 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로 스케쥴을 정한 뒤, 그녀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그들의 인사를 들으며 채팅방에서 나왔다.

손님 한 명 오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내일은 괜찮을 거야. 그녀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채 환히 웃으며 열심히 아르바이트 장소를 향해 자전거를 타고 달려 갔다.


커피 한 잔1
Episode1. 지켜주세요.


“여- 하리.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이에요, 왕난오빠!”

20층에는 많은 선별 인원들이 비싸지는 시험료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악덕 사채업 회사 러커 캐시에서 대출을 받아 질릴 정도로 시험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리가 방금 인사한 왕난. 자왕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언제 탑에 온건진 모르겠지만 꽤 된걸로 기억한다. 항상 이 까페에 와서 물 한 잔 시켜놓고 하리에게 침을 튀기며 이번엔 꼭 시험에 통과할 거라며 테이블을 쾅쾅 두들기도 했다.

단지, 자왕난처럼 통과하지 못해서 자꾸만 빚이 늘어나는 케이스가 은근히 많다는 점. 차라리 포기하려면 편하기라도 할텐데 자왕난은 절대 포기하는 법이없었다. 미련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하리는 자왕난의 포기하지 않는 성정을 존경했다.

원래 성격도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자왕난의 포기하지 않는 점을 본받아 하리 역시 포기하고 싶을때가 있어도 꾹 참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곤 했다.

“그-래서 말이지~ 내가 이 탑의 왕이 될 거라니까! 내가 왕이되면 꼭 이 탑의 체계를 바꿔버릴 거야!”
“오빠. 그 말 지금 여덟 번 째 듣고 있어요.”
“… 미안. 나 시험보러 다녀올게.”
“이번엔 꼭 통과하세요!”

손을 붕붕 흔들어 인사를 하며 배웅을 해준 뒤 카운터에 앉았다. 자왕난은 막대한 빚 때문에 커피를 사먹는 일이 없었다. 가게 주인으로 치자면 매우 쓸모없는 손님이었지만 커피 재료가 거의 떨어져 인스턴트 커피와 원료를 섞어 진짜처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러자 손님 반응이 좋아진게 문제. 하리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맛이 더 좋아졌다네, 실력이 늘었다네. 등 칭찬을 감추지 않았다. 차마 거기다 대고 인스턴트 커피를 섞어놨어요. 라고 할 수 없어 어색한 웃음만 잔뜩. 하리도 시험삼아 마셔보니 마치 매운탕에 라면스프를 넣은 느낌이었다. 즉, 맛있었다. 인스턴트는 대단하다고 느꼈다. 막심사랑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딸랑-’

“어서오세요 ….”

하리는 간신히 말을 끝까지 이어서 했다. 하지만 지금 들어온 손님을 향해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 러커 캐시에는 많은 종류의 대출업이 있었다. 그 중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돈을 빌려주는 안정생활권 대출쪽에 하리 역시 옛날에 가게가 지금보다 더 휘청일때 러커 캐시에 돈을 빌린적이 있었다. 물론 뼈빠지게 일을 하기도 했고, 지인들이 도와준 덕에 모두 갚았지만 그때의 기억으로 안좋은 추억이 생겨 그 이후 러커 캐시에 절대 돈을 빌린적이 없었다.

또 이상하게도 하리가 돈을 갚은 뒤 완전히 시험료 전문 대출업쪽으로 회사는 방침을 돌렸다. 그때 이후 인연이 끊겼다고 생각했것만, 왜 그쪽 관련된 사람들이 이곳에 또 왔을까.

“오랜만이야, 하리양.”
“… 김럭커씨. 안녕하세요.”

김럭커. 러커 캐시의 대리. 예전에 하리네 까페를 담당하던 남자였다. 어려도 봐주지 않는 남자의 악독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남자는 왜 까페에 온 것일까.

“미안하지만, 걱정마. 우리 회사는 이제 너 안건들어. 그냥 사람 하나 찾으러 온거야.”

경계가 가득한 하리의 눈빛에 김럭커는 황급히 손을 휘저으며 변명을 했다. 그리고 곧 그는 품 속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내들곤 하리에게 넘겨주었다. 꺼림직해도 사진을 받아든 그녀는 째릿 김럭커를 몰래 노려본 뒤 그가 넘겨준 사진을 보았다.

사진에는 노란빛이 도는 주황색 머리카락을 무스로 빳빳하게 고정시키고 준수하게 생긴 남자가 찍혀 있었다. 하리가 잘 알고있는 남자였다. 사진에는 다름아닌 자왕난이 찍혀 있었다. 그들의 수법을 알고있는 하리는 무표정을 고수한채로 김락커를 올려다 보았다.

“이거 왜 주셨어요?”
“아, 혹시 이렇게 생긴 남자가 이곳으로 도망오면 나한테 전화 좀 해줬으면 해서.”
“…….”
“이크. 다음 고객님 보러 가야겠네. 그럼, 장사 열-심히 해라.”

김락커가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가게를 나갔다. 하리는 그가 나가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자왕난이 이곳으로 도망을 온다면 과연 지켜줘야 할까. 고민했다. 러커 캐시와 엮이고 싶지 않으니 도와주지 않는게 정석. 하지만 하리는 자왕난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어쩌지, 어쩌지. 복잡한 마음에 결국 커애모 회원들과 의논을 하기로 했다. 예전에 가게가 크게 휘청일때 그녀를 도와줬던 지인들은 모두 커애모 회원들이었다. 하리는 등대를 켜 익숙하게 까페에 접속한 뒤 게시물을 확인하지 않고 바로 채팅방에 들어갔다.



[하링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셨습니다.]

「하링 : 안녕하세요..」
「방구석폐인 : 하리링 안녕!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채팅방에서 늘 존재하는 방구석폐인. 그녀는 닉네임이 방구석폐인답게 언제나 넷에 접속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 혼자서 접속해 있었다. 시간이 한낮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다들 오전중에 잠깐, 밤 늦게 잠깐씩 들어오곤 했었다. 아니면 접속한채로 잠수하거나.


「하링 : 그, 제가 아는분 일인데...친구분이 20층에서 시험을 보고 있는데 좀... 계속 떨어지고 있거든요.」
「방구석폐인 : ㅋㅋㅋ 20층에서ㅋㅋㅋㅋ 하리링은 20층에 살고 있었지? 너는 시험 안 봐?」
「하링 : 저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 아니아니 아무튼, 그 친구분이 빚이.. 많아서 좀 쫓기나봐요. 러시 캐시 거기에서 제 가게에 왔다갔거든요..」
「방구석폐인 : 뭐? 언니가 거기 테러시켜줄까? 언니 좀 유능한 몸이걸랑. 하링이 괴롭히면 이 언니가 거기 작살내줌.」

“와, 역시 대단한 자신감!”

하리는 방구석폐인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러시 캐시는 매우 큰 회사라 쉽게 건들 수 없다. 괜히 귀찮게 그녀에게 피해를 주고싶지 않기도 했고. 잠시 말을 멈춘 사이에 방구석폐인의 대화가 여러개 올라와 있었다.

「방구석폐인 : 손가락 몇 번 두들기면 일도 아님><」
「방구석폐인 : 혹시 가게 조금이라도 건들면 채팅방으로 와서 언니ㅠㅠㅠ 걔들이 우리가게 건들였어ㅠㅠㅠㅠ 하고 울어. 순삭해줌.^p^b」
「방구석폐인 : 근데 그 친구라는 녀석 좀 아닌듯. 거길 계속 떨어지냐...ㅉㅉ. 머. 근성은 봐줄만하네.」
「방구석폐인 : ??? 하링 머해???」
「하링 : 아죄송해요생각ㅈㅁㅗ하느라」
「하링 : 생각좀 하느라요!」
「방구석폐인 : 오호. 남자친구?」

“아닌데!!”

[좀된년 님이 채팅방에 접속하셨습니다.]

「좀된년 : 언니!! 방 문 좀 열어!!! 또 여기있었네!!ㅡㅡ」
「좀된년 : 어머, 하링. 오랜만이야~^^」

하링은 깜짝 놀라며 아니라고 타자를 두들기는데 좀된년이 채팅방에 들어왔다. 좀된년은 방구석폐인과 가족 사이인지 가끔 이렇게 들어와서 그녀를 찾곤 했다. 방구석폐인이 가끔 문을 잠그고 방에서 안나올때 걱정되서 들어온다고 한다. 하링은 좀된년에게 인사하고난 뒤 급히 나가본다고 적어올렸다.

그녀들의 인사와 함께 로그아웃 하여 등대를 끄고 자리에 뻗은 하링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왕난에 대해 의논을 하다 말았다. 결국 혼자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가 이곳에 도망쳐 온다는 가정이라면 단단히 준비를 해야했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크리라, 하리는 믿었다.

“좋아!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외출이나 해야지. 가서 아르바이트나 구해 볼까?”

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얼굴을 붉혔다. 새까만 단발이 결좋게 찰랑이며 움직일 때마다 위아래로 살랑였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뒤로 가게 문은 다시 닫히고, 꼼꼼히 잠금을 확인하고 문에다가 [급한 일로 용무중]을 붙여놓은 뒤 신나라 중앙 광장으로 뛰어 갔다.


커피 한 잔2
Episode 1. 지켜주세요.


하리는 오전중에 지하 노래방에서 카운터를 지키는 것으로 계약을 한 후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제법 예쁘고 깔끔한 치마정장 스타일의 유니폼은 하리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같은 동료이며 선배가 된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화련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저는 하리라고 합니다.”
“안녕. 난 화련.”
“부족한게 좀 많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 열심히 해.”

화련은 붉은색 머리카락을 곱게 길렀고, 한쪽 눈은 다친건지 안대를 차고 있었다. 오히려 그 안대가 그녀를 더욱 신비스럽게 보여주었다. 나른한 고양이 같으면서도 여전사와 같은 느낌을 보여주기에 하리는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기심이 잔뜩 섞인 눈빛으로 저를 응시하는 하리를 흘끔 바라본 화련은 그녀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어 주고선 손가락으로 이 노래방에 얼마나 있을지 새어 보았다. 하나 둘 … 비올레가 언제쯤 이곳에 도착하려나. 이 년 정도 남았으려나.

화련의 생각에 잠긴 모습까지 하리의 취향이었다. 하리는 그녀를 롤모델로 삼으리 다짐하며 싱글벙글 웃으며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어서오세요!”


**


오후가 되어 파트 시간이 끝나 화련에게 인사한 뒤 열심히 뛰어 가게로 돌아갔다. 가게 앞에 도착한 하리는 문을 열기 위해 열쇠 꾸러미를 꺼냈는데, 한쪽 구석에 어두운 기색으로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기겁하며 꺄아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어 버렸다.

눈물이 찔끔. 온 몸이 아파왔다. 눈가를 쓱쓱 닦아 눈물을 닦은 뒤 자세히 보니 자왕난이 어두운 오오라를 내뿜고 앉아 있었다.

“왕난오빠 … 깜짝 놀랐잖아요!”
“미안 …….”

어째 느낌이 또 탈락을 한 듯 싶었다. 하리는 자왕난이 안타까워 그의 어깨를 토닥여준 뒤 문을 열었다. 가게 문에 달린 방울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녀는 문을 열어 고정시킨 뒤 자왕난에게 손을 뻗었다.

자왕난은 그런 하리의 태도에 의아했는지 고개를 슬쩍 들어 눈가가 잔뜩 빨게진채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런 그를 향해 하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 지금 내가 돈이 없는데.”
“괜찮아요. 이번엔 특별히 공짜! 오빠를 위해 만들어 드릴게요.”
“하, 하리 …….”

그의 얼굴이 잔뜩 울상이었다. 그리고 곧 벌떡 일어나선 하리를 꽉 안으며 고마워 고마워 를 외쳤다. 가게가 구석에 박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이곳을 흘끔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하리는 그나마 있는 손님마저 안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낑낑 움직여 자왕난을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 갔다.

빈 테이블에 그를 앉힌 후 하리는 초보자용 커피메이커를 꺼내들었다. 부모님이 쓰시는 전문적인 것은 고장이 날까봐, 또 실력이 좋지 않아 사용하기가 조금 그랬다. 그녀는 커피메이커에 분쇄된 원두 커피를 넣고 물통에 물을 넣어 커피가 추출 되기를 기다렸다.

약 2분이 조금 지났을까, 그녀는 추출된 커피를 컵에 따른 뒤 그녀가 가장 못하는 설탕과 시럽 넣기를 도전했다. 얼마나 넣어야 가장 맛있는 맛이 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엄마가 만드신 것은 맛있었는데 내건 왜 무식하게 달기만 할까.

하리는 조심조심 설탕을 넣었다. 한 스푼 두 스푼 … 시럽을 약간 넣어 마무리 한 뒤 긴장된 표정으로 커피잔을 쟁반에 올린 뒤 자왕난에게 다가갔다. 자왕난은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처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대부분은 잔뜩 기대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까페는 커피 맛이 그 어떤 곳보다 맛있어 암암리에 외탑까지 소문이 퍼져 과장해서 말하면 새로오는 선별 인원들은 이곳의 커피를 마셔야 통과한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제법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명성도 없어진지 오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자왕난은 손님이 없는게 시간대가 안맞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왕난이 하리가 만든 커피를 받아들곤 고맙다고 말했다. 하리의 얼굴이 긴장된 것을 보지 못한 그는 아무생각 없이 한 입 들이켰다.

“…….”
“…….”
“… 설탕물.”

저도 모르게 설탕물이라 중얼거린 자왕난은 눈물이 송글송글 달린 하리의 얼굴을 발견 했다. 본능적으로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당황하며 커피잔을 내려 놓은 뒤 허둥지둥 하리에게 변명했다. 나 단거 좋아해. 맛있었어. 음, 이 달콤함. 고마워 하리. 등 열심히 변명했다. 그렇다. 변명은 변명일 뿐.

자왕난의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들으며 하리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암울하게 속삭였다.

“알아요. 맛 없는거 … 저 못하는거 아니까 변명하지 말아 주세요. 비참하다구요.”
“미, 미안해 하리!”
“됐어요. 근데 오빠 왜 왔어요?”

테이블에 올려진 커피를 뒤로 하고 하리는 자왕난의 맞은편에 앉아 물었다. 그제서야 자왕난은 이곳으로 온 자신의 목적을 깨달았는지 아. 하고 멍청하게 반응했다. 이 오빠, 역시 바보. 하리는 속으로 생각하며 자왕난을 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자왕난은 한참을 고민하는 눈빛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굴러갔다. 하리는 어쩐지 그가 이곳으로 온 목적이 조금 짐작이 갔다. 그래도 인내심 있게 그의 말을 기다렸다.

곧 그는 하리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 당분간 신세져도 괜찮을까?”

커피 한 잔3
Episode 1. 지켜주세요.


하리는 눈을 몇 번 꿈벅였다. 이 오빠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왕난오빠 … 변태?”
“아니아니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지금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어서 부탁하는 것 뿐이라고!!”

자왕난이 거센 반발을 하며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리는 농담삼아 말한 이야기였지만, 사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미 며칠 전 김럭커가 와서 일종의 경고를 남기고 갔었다. 이 이후 자왕난이 도망을 오게 된다면 숨겨줘야 할까 말까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해답은 없었다.

어찌 해야 할까. 하리는 저의 머리를 콩콩 치며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그를 보내기엔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김락커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누군가가 가게를 지켜줄 사람이 있었다면 … 고용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려만. 생각에 잠긴 그녀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붕붕 흔들었다. 누군갈 고용할 자금도 안되고, 그렇다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인맥도 없었다.

아니, 잠깐.

“인맥이야 까페 언니 오빠들이 있었지!”
“엉?”
“좋아요. 왕난오빠는 여기서 머무르세요. 대신, 의식주는 알아서 하시고 제가 없는 동안 가게를 지키셔야해요. 저 아르바이트도 하고 바쁘거든요.”
“어, 허락하는거야? 그정도야 뭐-. 콜!!”

자왕난이 신이 났는지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그런 그를 뒤로 하고, 하리는 네트워크에 접속했다. 뒤에서 그녀의 넷 용 등대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자왕난은 곧 옆에서 지켜보기로 결심했는지 의자를 끌고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몇 번의 두들김으로 커애모 까페에 접속한 하리는 채팅방에 들어가자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열심히 타자를 두들기며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꺼내기 시작했다.

「하링 : 혹시 이번에 시간 좀 여유 있는분 계세요?」
「피카곱등ㄴㄴ : 무슨 일인데요?」
「미녀님 : 조금 바쁠지도.」
「방구석폐인 : 시간이야 넘치지만 나가진 않아.」
「불꽃심장 : 피카새끼랑 지금 어디 좀 가고 있긴 한데.」
「피카곱등ㄴㄴ : 피카새끼라고 하지 마시죠 콜라새끼야ㅋㅋ」
「불꽃심장 : ㅗ어ㅗㅗㅗㅗ이ㅗㅗ쿠ㅗㅗㅗ오ㅗㅗㅗ타가ㅗㅗㅗ」
「피카곱등ㄴㄴ : 죽어.」

여전히 덤앤더머같은 피카곱등과 불꽂심장 이었다. 하리는 허허 웃으며 둘이 싸우는 사이에 진짜 목적을 두드려 나갔다. 자왕난은 연신 짱이다! 신기해! 등 여러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봐선 당장에 내일이라도 김럭커가 찾아들어올 것 같았다. 새벽같이 이곳에 와줄 수 있는 실력자에 착한 사람 어디 없을까. 민폐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부탁했다.

「하링 : 그, 방구석 언니는 들어서 알겠지만 그때 말한 친구분이 러시 캐시 대금을 못갚고 저희 가게로 왔거든요 … 일단 여기서 있으라고는 했지만 저는 약해서 가게를 지킬 힘이 없어서요.」
「방구석폐인 : 아하. 도움 요청이구나! 이 언니가 엔터 한 방으로 회사를 꺾어줄게. 1분만 기다려.」
「하링 : 앗 언니 스톱」
「하링 : 으앙 아니 언니 그러지 마시구요ㅠㅠㅠ 그냥 가게에 커피 만들어주실 분, 싸움 좀 잘하시면 되는데..」

방구석폐인은 엔터 한 번 쳤음 회사는 완전히 끝이었을 거라며 아쉬워 했다. 그녀가 아쉬워하든 말든 하리는 그녀가 자주 망상에 빠지곤 했기 때문에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자왕난이 까페 회원들이 다들 참 독특하다며 킬킬 웃어댔다.

아무래도 도우러 와줄 사람은 현재로서는 없는 듯 싶었다. 어쩔 수 없이 혼자서라도 이겨내보겠다고 결심한 그때, 하리의 눈에 띄인 것이 있었다. 여태 조용히 있던 막심사랑의 말이었다.

「막심사랑 : 이번주는 우연히 시간이 남아서 그런데 제가 잠깐 들리죠^^」
「불꽃심장 : 헐」
「피카곱등ㄴㄴ : 헐」
「하링 : 정말요? 감사합니다!! 20층 올라오는 입구에서 봬요!!」

불꽃심장과 피카곱등이 하리의 말에 계속 안된다. 저 인간의 말을 믿지 마라 등의 악의 섞인 말들이 갱신이 되었다. 그러나 하리는 급했기 때문에 막심사랑에게 쪽지로 전화번호를 넘긴 뒤 내일 만날 시간을 정했다. 곧 그때 보자는 쪽지를 마지막으로, 등대의 전원을 내렸다.

자왕난은 어느새 커피포트키든 뭐든 이것저것 만지며 신기해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호기심이 잔뜩 쌓인 개 같아서 하리는 충동적으로 자왕난의 머리를 만져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예의가 아니니까.

어찌되었던간에 결과는 괜찮다. 하리는 자왕난에게 이것저것 커피를 만드는 방법만을 알려주었다. 스스로도 못하기 때문에 그저 방법만 알려주는 하리. 의외로 자왕난은 소질이 있었던가 처음 만든 것 치곤 나쁜 맛이 아니었다. 조금 삐졌다.

소란스러웠던 그 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리는 러시 캐시의 주가가 오후에 갑작스럽게 엄청난 속도로 수직하강 했다는 소리를 듣고 쌤통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사실 방구석폐인이 했던 일이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


가벼운 일상물을 쓰고싶어 쓰게된
일명, 탑의 실세님들과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

간단한 설정으로, 탑에 존재하는 랭커들은 하나의 까페에 가입해서 정보공유 하는 정도. 근데 어느날 쌩뚱맞게 평범한 아이가 갑툭튀. 근데 넷일찐 자하드공주님 방구석폐인이 소녀를 맘에들어해서 챙겨준달까...뭐, 그정도로 생각하고 쓰는중.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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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임 2013. 2. 4. 17:01
매지컬 프롤로그



나는 아주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게 묘한 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그 힘을 가지고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역으로 혼내주곤 했다. 나의 부모는 내 힘을 보며 기뻐했다. 너는 선택받은 아이란다. 아이야, 탑을 오르거라. 탑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거라. 너는 반드시 자하드의 딸이 될 수 있으리라. 하고 들으며  살아왔다. 그때엔 그게 무슨 소린지는 몰랐다.

그런데 나는 신나게 아이들을 혼내주다가 그 힘이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다는것을 느끼게 된건 12살 즈음 이었다. 나의 첫 사춘기 시절.

일단, 그 힘을 사용하면 중성적이었던 외모가 조금 더 여성스러워지며 나의 귀여운 존슨이 사라지는 것이 첫번째. 가슴이 봉긋 솟아오르며 라인이 부드러워지는 것이 두번째. 12살이면 알 것 다 아는 성숙한 나이이기에 나는 이것이 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시발.

힘을 사용하면 여자가 되었다. 뒤늦게 깨달은 나 자신을 타박하며 절대 이 힘을 쓰지 않을테야. 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겨우 2년 뒤 무너지게 되었다. 윗통을 벌거벗은 놈팽이가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중국집에서 깽판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눈이 확 돌은 나는 놈팽이를 향해 돌을 던져 내게 시선을 끌게 한 뒤 소리쳤다.

“마법 소년 매지컬☆유리링!”

돌에 맞아 열받아하는 놈팽이는 내 주문을 듣고 벙찐 표정을 지었다가 기어코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듯이 처 웃더라. 웃지마 시발롬아! 그래, 내가 이 힘을 봉인한 세 번째 이유는 이 주문 때문이었다. 하도 어릴때부터 쓰던 주문이라 이 힘을 사용하려면 주문을 외어야 하더라. 바로 저 매지컬 … 시발. 저거 안하면 힘이 안써지더라.

내 금기된 힘을 맛보게 해주기 위해 반쯤 울면서 힘을 사용하니 그놈이 푸하하 웃으며 가볍게 피하곤 내게 왔다. 이렇게 재빠른 놈은 처음 봐서 당황하는 바람에 뒷걸음 치다가 뒤로 물러서려는데, 그놈이 내 뒷덜미를 잡고 들어올리더니 흥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재밌다. 파도잡이의 기질이 보이네? 어린애가 제법이군. 탑에 오를거지? 난 잠깐 쉬러 여기에 온거니까 다음엔 탑에서 보자. 내 이름은 우렉 마지노다. 오빠랑 나중에 우유 마실까?’
‘꺼져!’
‘튕기긴.’

그놈은 킥킥 웃으며 손을 흔들고 나갔다. 우렉 마지노. 친구들에게 들어본 것 같은데 영 기억이 안났다. 그러려니하고 주저앉아있는 부모님께 다가가니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고 외쳤다.

저 사람이 네 봉이다!

아니, 왜 내 봉이냐고! 차마 부모님이라서 대놓고 욕은 못하겠더라. 난 여자가 좋다. 여자가 좋다. 스스로 되새기며 침대에 누웠다. 생각해보니 탑에 오르면 원하는게 이루어 진다는다고 들었는데 ….

순간 머릿속에 한줄기 구원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오, 탑의 신이시어. 제 정체성 … 아니 완벽한 남자가 되게 해주세요.

몇 날 며칠을 빌었다. 탑에 오르러면 선별 인원인가 뭔가가 되어야 한다더라. 신나게 빌었다. 빌고 빌어 2년이 지나 16세가 되었다. 드디어 신이 내게 나타났다.

토끼처럼 생겼다.
요즘엔 토끼가 신인가?

못미더웠지만 눈을 감으래서 감았더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 생전 처음 듣는 곳에 와 있었다. 인사도 못하고 왔는데 조금 걱정되었지만, 적어도 언젠가 연락을 다시 줄 수 있겠지. 하고 마음 편히 생각했다.

…… 그러고보니 탑에 오르러면 그 힘을 써야되네?

아 시발, 그냥 평생 숨어서 살걸.

탑에 온지 1분만에 후회했다.



[신의탑] 마법 소년 매지컬☆ 유리링
by.Amaiko


매지컬 1화


“자. 이제 어떡한담?”

나는 세상을 달관한 미소를 지은채 드넓은 대지를 등진 거대한 바위 뒤에 숨어 앉아 있었다. 지난 2년간 탑에 대해 지식을 쌓았다. 내 친구들은 능력도 쥐뿔도 없는 것 같은데 정보 하나는 빠싹하게 알아오는 재주가 있어 그 애들한테 지식을 얻었다. 탑 시험에 참가할 수 있는 자들은 탑에게 선택되어 왔다고 선별 인원이라 하고, 탑의 문을 스스로 열고 온 사람은 비선별 인원이라 해서 만약 같이 시험을 보는 사람 중에서 비선별 인원이 있으면 친구 먹으란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고 하길래 뭔 일이 일어나냐고 물었지만 그놈들은 하나같이 사악한 미소를 지은채로 고개를 잘래잘래 저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개새끼들. 알려달라고 보채니 그동안 내게 맞은것에 대해 원한을 가진 놈들이었기에 내가 치료비를 주지 않는 이상 알려주기 싫단다. 난 돈이 없는 가난한 몸이기에 그딴 코묻은 정보는 필요없다 말하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놈들만큼 확실한 정보통이 없기 때문에 아까운건 아깝더라. 2000원 있는거 그거라도 줄걸.

아무튼 지금은 시험이 시작된지 20분이 흘렀다. 첫 시험은 30분동안 200명이 될때까지 버티란다. 나는 그 소리가 나자마자 끌끌 혀를 차며 드러났던 나의 몸을 재빨리 바위 사이에 숨어들었다. 힘을 사용해요? 미친 소리. 당장 누군가 습격하는데 본능적으로 내 몸 보호한답시고 매지컬 유리링을 외치는 그 즉시 죽음을 선택하리라. 어느 사무라이 식으로 치자면 할복하리!

물론 목숨이 소중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걸린다면 차라리 매지컬을 울부짖을지도. 하지만 지금은 절대 외칠 생각이 없었다. 누가 보고 비웃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게슴츠레 눈을 뜨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누나- 누나. 뭐해?”
“아악! 매지컬! 이 아니라. 뭐야 이 꼬맹이들은?”
“나는 카리!”
“나는 수마!”
“ “합쳐서 카리스마! ” ”
“…….”

얼굴에 장난끼가 넘쳐 보이는 쌍둥이 꼬마아이들 등장이었다. 칼있다고? 요즘 애들 이름 무섭게 짓네. 부모님 얼굴이 궁금하다. 나는 그 아이들을 바라보며 최대한 착한 얼굴로 아이들의 오류를 정정해 주었다.

“아가들, 나는 누나가 아니라 형이야. 자, 따라해 봐. 형아-”
“거짓말.”
“누나. 사기치지마.”
“요 꼬맹이들이. 혼나고싶냐?!”
“으앙!”

사이좋게 꿀밤 한대씩 때려주고 코웃음치며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가려고 움직이는데, 쿵 하는 진동과 함께 덩치가 큰 이상한 괴물이 그라라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괴물을 피해 조심스럽게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내 뒤쪽에 있던 꼬마 쌍둥이들이 와아 소리를 지르며 그 괴물에게 달려갔다.

아이들의 소리에 괴물이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보다가 뽈뽈 달려오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카리스마 쌍둥이들이 뭣도 모르고 좋다고 웃으며 괴물의 다리에 매달렸다. 미쳤어 저 애들이. 하지만 차갑고 냉정한 나는 경쟁자를 줄이는 겸 잘됐다는 식으로 그 애들을 무시하고 가려고 했다.

문득, 200명까지 줄인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줄인다는 이야기 속에 죽임의 뜻이 섞여 있다는 사실만 알지 않았어도 가려고 했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봉사활동 삼아 고아원이나 유치원에 가서 일부러 아이들과 놀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했다. 뒤돌아섰던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어느새 괴물에게 죽음의 위협을 받아 덜덜 떨고 있는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하자.

“-마법 소년 매지컬☆ 유리링!”

환한 빛이 나를 감싸며 내 몸이 조금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사랑스러운 존슨의 묵직한 … 미안하다. 솔직해지자. 묵직한건 아니지만 나 여기 있소! 하고 존재를 외칠 정도의 무게가 사라지고, 납작한 가슴이 아, 저 애 가슴 있네? 그런데 좀 작은듯. 정도로 솟아오르고 허리 라인이 부드러워졌다. 2차성징이 거의 일어나질 않아서 원래 계집애같은 인상이 묘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눈물을 머금고 그 상태로 그 억센 주먹을 휘두르려는 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손 위에서 새하얀 빛이 둥글게 모아지더니 빠르게 괴물을 향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쉭! 소리와 함께 빛에 의해 괴물의 어깨가 뚫려 피가 쏟아졌다. 나는 괴물이 주춤하는 사이에 쌍둥이들을 안고 재빨리 다른 곳으로 피해 도망갔다.

신기하게도 여자아이의 육체가 되면 속도와 힘이 비정상적이게 상승했다. 어릴땐 뭣도 모르고 신나게 힘을 써대다가 부작용으로 몸살이 났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괴물과 제법 떨어졌다 싶어 한숨을 내쉬며 아이들을 내려놓자,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카리가 내게 말해왔다.

“누나 이뻐!”
“아하하. 누나 아니라니까. 오해하지마. 너희 눈이 침침해서 그래.”
“응! 형아 가슴 나왔쪄-”
“끼아아악! 어딜 만져!”

애들이 성희롱한다. 급한 마음에 힘을 풀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잠깐의 헤어짐이었지만 정말 반갑다 존슨. 다시 존재감을 갖춘 나의 것을 느끼며 미소짓는데 카리스마 쌍둥이들이 제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사라진 가슴을 꾹꾹 누르며 이상하게 여겼다.

어릴때부터 변태의 기질이 보이면 어떡하니. 나는 아이들을 떨어뜨려논 뒤 옷을 툭툭 털어내며 제자리에 서서 꼬맹이들에게 벗어나려는 순간이었다.

‘위이이이이잉!’

「동작 그만! 1차 시험 종료! 참고로 이때 싸우면 무조건 탈락입니다!」

“벌써?”

「두번째 시험은 비교적 쉽습니다. 자, 5분 안에 3인 1조로 팀 만들기! 제한시간이 지난 뒤 세 사람이 접촉하고 있으면 됩니다. 그럼- 시~작!」

“뭐? 3인 1조?”

난 잔뜩 질린 눈으로 쌍둥이들을 내려다 보았다. 아이들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누나! 우리랑 해요!”
“어차피 우리밖에 없지롱!”
“아 … 그, 그래. 그런데 형 이라니까?”
“가슴 있었잖아요! 작았긴 했는데.”
“지금도 작은데?”
“이 싹수 노란 것들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에게 달려들자 애들이 꺄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엄청 재빠른 아이들 이었다. 이렇게 빠른데 왜 아까는 덜덜 떨고 있었을까 머릿속 한 구석에서 의심의 싹이 퐁 피어났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괴물이 흉측하게 생겨서 무서웠나 보지.

아이들을 쫓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니 쌍둥이들은 슬금슬금 다시 내게 다가왔다. 아무 반응 없이 가만히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그제서야 뭔가 이상한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래, 좀 더 가까이 와라. 제법 긴 보랏빛 단발이 내 얼굴을 가려 사악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알아채지 못한 아이들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요놈들, 잡았다!”
“엄마야!”

「2차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신체 접촉을 하고 있는 3인이 같은 팀으로 간주되어, 다음 시험장으로 전송됩니다!!」

시험관의 목소리에 나는 허망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쌍둥이들이 계획대로라며 손벽을 짝 치며 킬킬 웃어댔다. 아까와는 다르게 완전 애늙은이같은 말투와 행동. 어이가 없어 그들을 보니 어깨를 으쓱이며 말해왔다.

“사실은 누나가 예뻐서 아까 그 괴물을 이용했어.”
“맞아맞아. 누나가 안구해주면 두번째 플랜으로 가려고 했지만.”
“… 누나 아니라고 이 영악한 꼬맹이들아.”

이 망할 꼬맹이들. 두번째 플랜은 또 뭐야. 당장 꿀밤을 때리려는데 몸이 어디론가 이동되는 것을 느꼈다. 이것들과 한 팀을 이루어야 하다니 한숨부터 나왔다. 당장에 다음 시합 부터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첫 번째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했다.

아직 아이들이니까 봐 주자. 아이들 이니까.

마음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꼬맹이중 한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내 가슴 부근을 만지며 의아해했다.

“어? 근데 진짜 가슴이 사라졌네?”

그 행동에 나는 당장 눈을 뜨며 외쳤다.

“이 요망한 꼬맹이가!!”


매지컬 2화


망할 꼬맹이들이 옆에 앉아서 조잘거리며 자꾸 놀아달라고 보챘다. 안그래도 지금 당장 시험을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고 만사가 귀찮아 죽겠는데 자꾸 건들여서 짜증났다. 그렇다고 어린 애들한테 화를 풀 수는 없는 법이라 화를 꾹꾹 참아내며 무시했다.

계속 무시하자 삐졌는지 고 조막만한 볼들이 잔뜩 부풀었다. 하지만 난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이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 놈들인지 그 잠깐 동안의 사실로 깨달았기 때문에 시선을 다른곳에다 두었다. 애들은 애들이고 시험은 시험이다.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일단 만만해 보이는 인간들을 대상으로 싸워야 승산이 조금 있을게 아니냐.

하지만 우리 팀만큼 약해보이는 팀은 없었다. 겉보기엔 병약 미소년 한 명에 아직 어린 얼굴만 순진한 꼬맹이 둘. 우리만큼 약체는 없을 거다.

다음 테스트에 떨어질 확률 100퍼센트. 나는 우울한 마음을 애써 다잡고 울었다. 어이쿠, 자꾸 눈물이 나네. 카리수마 쌍둥이들은 내가 울자 당황해하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나는 어린애들에게도 위로받는 존재다. 씁쓸했다. 자꾸 마음이 약해져서 당장이라도 매지컬을 울부짖고 시험장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도망가고 싶었다.

“누나- 누나아-”
“훌쩍. 나 누나 아니라고.”
“쩌기- 쩌어기 싸워! 구경하자!”

카리와 수마가 옷 소매를 잡아당기며 자꾸 싸움이 난 곳으로 나를 끌고가려고 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나는 저곳에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 쌍둥이들의 힘이 의외로 강했다. 둘이서 쭉 잡아당기자 허무할 정도로 끌려갔다. 앉아있던 자세라 앞으로 엎어진채로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추한 자세로 끌려가는 바람에 사람들 이목을 조금 끌어버렸다. 얼굴부터 박아서 벌게진 얼굴을 톡톡 두드리며 간신히 원래 자세로 서자, 카리와 수마가 꺄르르 웃으며 싸우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 가서 신나게 박수를 치며 외쳤다.

“이기는 편 우리편!”
“지는 편은 누나편!”

당장에 난 쌍둥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로 보답하며 뒤로 돌았다. 이 애들 누나 아닙니다. 아니 형 아닙니다. 마음속으로 외치며 다른곳으로 가려는데 싸우던 사람들 중 팔이 없는 온몸이 빨게보이는 사람이 내게 와선 멱살을 잡아당기며 으르렁 거렸다. 사실, 이제와서 말하는 거지만 난 내 얼굴을 좋아하지 않아서 앞머리를 길러 얼굴을 가리고 사는 편이었다. 미소년은 맞지만 숨겨진 미소년 정도?

……내가 말하고도 스스로가 역겹다.

속으로 너털웃음을 지은채 다른 생각을 하는데 한쪽 팔만 있는 놈이 내 멱살을 털털 털며 외친다.

“야 임마! 너 저 건방진 꼬맹이들 보호자냐고 물었잖아!”
“아닌데요.”
“척 봐도 너랑 닮았잖아!”
“제 머리색은 보라색이고 애들 머리색은 푸른빛이 돌고 있는데 … 실례지만 색맹이세요?”
“뭬야?!”
“끼아악! 아프잖아 시발롬아!”

남자가 열받았는지 나를 패대기쳤다. 내가 내팽겨쳐서야 꺄아꺄아 환호성을 내뱉던 꼬맹이들이 조용해졌다. 두 녀석을 흘끔 보니 어쩐지 꼬맹이들 답지 않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저들끼리 뭐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오매, 무서워라. 꼬맹이들 눈빛에 내가 움찔 떨자 날 패대기친 팔없는 놈이 저한테 쫀걸로 봤는지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우득 우드득 꺾는다.

생사의 가로가 갈린 기분이 드는데. 어느새 구경꾼들이 늘어났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느긋하게 귀를 후비며 고민하는데, 이 모습이 건방져 보였던지 팔 없는 놈이 내게 건방진 자식! 하며 주먹을 휘둘렀고 나는 매지컬의 본능을 억눌렀다. 여기서 외치면 할복 한다니까.

주먹 한 대만 맞고 말자. 눈을 꽉 감고 있는데, 아무런 충격이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실눈을 떠보니 노란머리의 볼에 어린아이들의 친구 주머니괴물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노란 쥐를 닮은 사람이 남자의 주먹을 막고선 그를 향해 방긋 웃고 있었다.

일단 키 큰놈들은 죄다 나쁜놈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노란머리는 도와줬으니 조금 나쁜놈이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조금 나쁜놈은 완전 나쁜 팔없는 놈을 향해 말했다.

“제 말이 우습게 들렸나요? 이 시간에 싸우면 탈락이라고 분명 제가 말씀드렸는데 말이죠.”
“너, 넌 뭐야!”
“저요? 저는 레로-로 입니다. 시험관이죠.”

어쩐지 나는 고난, 탐정이죠. 가 떠올랐지만 고개를 붕붕 젓고 반짝이는 눈으로 레로-로 씨를 바라보았다. 나의 구원자! 구세주! 나는 이 분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리라 결심했다. 어딜가든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붙어라. 그것이 부모의 가르침 이었고 학교에 다닐때도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었기 때문에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슥슥 만져 앞머리를 넘긴 뒤 꽃같은 미소를 레로-로 씨에게 보냈다.

“저어 … 감사합니다. 시험관님.”
“우웩.”
“가증스러워어-”

그러자 언제 옆에 온건지 양 팔에 매달려 쌍둥이들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차마 권력자의 앞에서 한대씩 쥐어박을수도 없고, 껄껄 웃으며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시험관이 온 이유는 아마도 다음 시험을 발표하기 위한 것일 터.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짜져 있어야지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시험을 통과하기라도 하지.

우리가 뒤로 물러서자 레로-로 씨가 목을 풀더니 큰 소리로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외쳤다.

“제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저는 여러분의 시험 감독관을 맡고 있는 랭커 레로-로 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랭커. 탑을 꼭데기까지 오른 사람. 어쩐지 더욱 존경스러워 보였다. 잘 보여야지.

“잠깐의 휴식도 취하셨으니, 다음 시험으로 바로 넘어가 볼까요?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테스트를 할건데요. 이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 선별 인원들은 다음 테스트에 응시하실 수 없습니다!”

살짝 불안했다. 테스트가 아니라 이건 완전 시험이잖아! 통과하지 못하면 어쩌지?

…… 집에 가면 되는구나! 만세!

비교적 덜 쪽팔리게 집에 갈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깐이었다. 지금은 팀 단위로 이루어지는 시험이었기 때문에 팀원 중 한 명이라도 통과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전원 탈락이란다. 이 말에 쌍둥이들이 내 손을 꽉 잡은채 환하게 웃으며 꼭 통과하자고 말해온다.

꼬마들 주제 악력이 어마어마해서,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통과 못하면 죽일 기세였다. 도대체 어느것이 이 아이들의 본래 모습인지 모르겠다. 어쩐지 팀을 잘못 이룬게 분명하다고 속에서 외치고 있었지만 이미 이렇게 된 것 어쩌랴. 통과하는 수 밖에.

시험관 씨는 손을 앞으로 뻗은채 괴상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혹시 동지? 하며 눈을 반짝이며 그를 보는데, 얍! 하는 마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파동에 의해 몸이 뒤로 날아갔다. 심지어 나만 날아갔다. 쌍둥이들이 잡아주지 않고 있었으면 쪽팔리게 혼자 벽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고맙다고 말하려는데, 아이들이 머리를 맞댄채 눈에 보일 만큼 선명한 막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신수의 장막이다.”
“아마도 신수에 의해 거부반응이 있는 자는 탑을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이걸 하나 봐.”
“재밌겠다 수마야.”
“재밌겠어 카리야. 근데 우린 그렇다 치고 이 누나는?”

수마가 순진한 얼굴로 내게 삿대질했다.

“우리 구할때 신수 사용하지 않았어?”
“그런가?”
“그럴걸? 근데 방금 왜 날아가?”
“몰라.”

둘이 자꾸 속닥거리며 기분 나쁘게 나를 흘끔 바라본다. 나는 팔짱을 낀채 그들을 심드렁하니 내려보다가 신수의 장막을 향해 다가가 슬쩍 손을 대었다.

‘파지지직!’

“…… 옴마나.”

얘가 날 심각하게 거부하네.




매지컬 3화


‘파지지직!’

“어, 어쩌지.”

생사의 가로에 서 있게 되었다. 아니, 매지컬과 내 인권의 길에 서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신수의 장막이 심각하게, 미친듯이 나를 방해했다. 근처에만 가도 전기가 튀어서 마치 오기만 해봐! 오면 널 태워버릴 거야! 라고 주장하듯 번쩍이고 있었다. 유독 내 쪽에서 그게 심한 편이라 내쪽을 신기하게 흘끔흘끔 보는 사람도 있었다.

억지로라도 들어가볼까, 했는데 이 장막 너머로 금빛 눈망울의 소년이 멀뚱멀뚱 서 있는것이 보였다. 우연히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나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 아이를 바라봤다. 모두가 튕기고 날아가고 한 사이에 혼자서 안에 있다니, 범상치 않은 아이였다. 그런데 웃긴 것이, 아이가 저도 당황했는지 허둥지둥 하며 시험관님께 똥 싼 강아지같은 모습으로 불안해하며 나갔다 다시 들어오겠다고 얼빵하게 말한다.

독특한 … 아이렷다.

시험관 랭커 레로 씨는 눈을 부릅뜬채 그 아이를 내려보면서도 연신 하하 운이에요. 탑을 오르는덴 운이 필요하죠. 당신들도 운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겁니다. 하며 독설을 내뱉었다. 다른 사람들이 NO를 외쳐도 그 사이에서 OK를 혼자 외치고 있을것 같은 당당한 모습이었다.

아무튼 나는 저 아이를 보고 희망을 가졌다. 저런 아이도 들어가는데 내가 못들어 갈리가!

나는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손길로 신수의 장막에 손을 뻗었다.

‘파지지지지직!’

“아나, 시바아알!”
“어라. 누나 아직도 거기에 있어?”
“가슴이 없어서 안들어가게 해주는거 아냐?”
“닥쳐라아앗! 그럼 너희들도 가슴 있고 다른 사람들도 가슴 있고 저 남자애는 가슴이 제일 커서 저기에 있는거냐?!”

냐아-냐아-냐아.

흥분하는 바람에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 내게 삿대질을 당한 남자애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가슴 부근을 더듬더니 다행이라는듯 안심의 한숨을 내쉰다.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확인하면 난 뭐가 되는 거니…. 변명할 세 없이 여기저기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로써 내 별명, 마법 소년 가슴왕. 언젠가 친해지게 된 인간들이 내게 친절하게 네 별명은 그때 정해진 거란다. 라고 알려 주었지만 이건 나중의 일.

어느새 쌍둥이들이 이 장막을 통과해 내 앞 부근에서 쭈그려 앉아 동그랗게 눈을 뜬채로 실실 웃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 보니 다른 사람들은 벌써 많이 통과해 있었다. 사악한 쌍둥이들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채로 누나- 누나아- 하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젠 저 오류를 고쳐주는것도 귀찮고, 마음은 시험을 포기하고 집에 도착해서 신나라 놀고 있었지만 이대로 탈락하면 요 꼬맹이들이 평생 암살할 기세다.

설마 진짜로 매지컬을 말해야 통과해야 되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진짜 해야 하나 …….”
“매지컬이요?”
“응 매지ㅋ- 이 아니라. 수마야. 무슨 소리니? 내가 언제 매지컬이라고 했다고.”
“에. 봤는데.”
“이렇게 누나가!”

수마가 한 손을 번쩍 들어 전형적인 미소녀 전사물에 나오는 소녀의 자세를 취하며 마법-소녀언- 이라고 아주아주 크게 외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발 그 요망한 입 좀 닫으라고! 나는 비명을 지르며 쌍둥이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수의 장막이 언제 날 막았냐는듯이 아주 허무하게 통과가 되었다. 그것도 모른채 나는 수마를 품에 안아 머리를 꾹꾹 누르며 응징을 해 주었다.

카리는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누나 통과했어! 통과했다니까? 하며 말해왔지만 눈에 보이는게 없던 나는 그저 수마의 응징을 하느라 바빴다.

그때였다. 또다시 소란이 일어났다. 깜짝 놀라 신수의 장막 밖에서 울부짖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놔- 내가 왜 이딴 시험을 치뤄야 하는데!! 이 몸은 이런 것 하지 않아도 테스트를 치룰 수 있다고!!”

“으아앙.”
“무서워.”

꼬맹이들이 덜덜 떨며 내 품에 안겼다. 가증스러운 것들을 보는 눈초리로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순진하고 귀여운 애기들이 우락부락한 놈에게 쫄아 무서워 하는 것으로 보였나보다. 당장 눈매가 날카로워져 남자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특히 몇 안되는 여자들이. 새삼 얼굴을 무기로 사용할 줄 아는 아이들이란걸 절실히 느꼈다.

“으아앙. 고질라아-”
“찌끄랭이 씨끄러워어-”
“이 꼬맹이들이 죽으려고 작정했냐?!”

‘쾅! 쾅! 쾅!’

“아 쓰벌. 쟤들은 또 언제 저기에 갔어.”

품에 안겨있던 녀석들이 어느새 남자가 서 있는 장막 앞으로 가서 엉엉 우는 척 하면서 찌끄랭이, 낙오자, 멍청이 등의 독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미치겠다. 탈락하는 수가 있더라도 저 애들이랑 같이 팀을 이루는게 아니었는데. 황급히 쌍둥이 녀석들의 입을 막고 수습하려고 애써 웃었는데, 남자는 이미 화가 잔뜩 났는지 괴성을 지르며 쾅쾅 쳐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총총 다른곳으로 향했다. 어차피 통과 했으니 저런 거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단 말씀. 대신, 이 애들도 잘못한 것이 있으니 한쪽 구석에서 쌍둥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쭈그려 앉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약간의 두드림과 따뜻한 말.

쌍둥이들이 울먹거리며 그만하라고 해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때 나는 모르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우리를 향해 뭔가 신경쓰이는지 자꾸만 시선을 주고 있던 사람을. 쌍둥이들은 울먹거리면서도 그 사람을 향해 연신 의미심장한 미소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이 애들을 혼내느라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매지컬 4화


요놈 요놈! 마지막으로 쌍둥이들의 볼을 꼬집은 후 손을 탈탈 털며 자리에 일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상황은 거의 정리되어 있었다. 레로 씨가 언제 나갔는지 살벌하게 그 고질라를 노려보며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사실 이 장막은 마지막 자비네 뭐네 하며 말하는 것을 보니 겁이 났다. 솔직히 안쪼는게 이상했다. 저게 바로 랭커의 기백일까, 전면으로 시선을 받는것도 아닌데 온 몸이 오싹오싹했다. 레로 씨가 고질라에게 전기충격을 가장한 신수 장막을 맛보게 해주며 “이것이 30층에 가면 일상으로 견뎌야 하는 신수의 크기입니다.”라고 말 하는데, 겁이 났다. 얼마나 괴로운건지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어져 속을 게워냈다.

아무래도 이번 시험 지나서 팀 시합만 끝나고 집으로 가고 말겠다 다짐한 나는 고질라에게서 파직 거리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쌍둥이들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요 … 정같은 녀석들아. 부디 이 형님 곁에서 멀어지지 말아줘.”
“꺄- 누나가 고백을!!”
“일처 다부제!”
“빌어먹을 꼬맹이들! 말 좀 알아 처먹으란 말이다!”
“꺄아아!”

또 비명을 지르며 사방 팔방으로 뛰어 다녔다. 민폐다 요녀석들아! 하지만 쌍둥이들이 너무도 재빠른 나머지 잡을 수가 없었다. 도망치는 것 하나는 정말 기똥차게 잘했다. 죽겠다. 쫓아가다가 지쳐서 절망하는 자세로 훌쩍였다. 가만히 앉아 훌쩍이고 있으니 쌍둥이들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내 어깨를 쿡쿡 찌르며 괜찮냐고 순진한 척 묻는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이 가증스러운 녀석들. 나는 볼을 부풀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난 기색을 보여도 아무렇지도 않은지 꺄르르 웃으며 저들끼리 논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린 아이들한테 뭘 바라. 나는 아이들을 피해 한쪽 구석으로 가 있으려는데 누군가와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쪽은?”
“… 괜찮아요.”

아까 얼빵했던 소년이 옆에, 반대쪽엔 거대한 악어군을 둔 녀석이랑 부딪혔는데, 처음 본 주제에 반말질에다가, 생긴게 꼭 쌍둥이들을 닮았다. 첫 만남 최악. 마이너스 100점.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최대한 아이들이 안보이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이 녀석이 내 팔을 꽉 잡아챘다.

뭐야, 이 놈은?

조금 기분 나쁘게 쳐다보니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완전 느끼하고, 작업거는 것 같이 느껴지는 말투로 내게 너 이름이 뭐야? 하고 묻는다. 이름, 이름을 묻는다. 첫 만남이 최악인 녀석에게 이름을 알려줄 의무 따위는 없기 때문에 콧방귀를 뀌며 이 녀석의 팔을 뿌리쳤다.

녀석은 뭣도 모르는 녀석이 팔을 뿌리쳐서 기분이 나빴는지 웃던걸 멈추고 서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보지마. 귀찮게 굴지마. 왜 모르는 사람한테 자꾸 관심을 주는거야, 이 슈팅스타 머리색아! 하고 외치고 싶지만 내겐 그럴 용기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약한 몸부림 뿐.

“쿤 씨. 이 분 보내 드려요. 왜 잡으세요?”

얼빵이가 말을 잘한다. 게다가 얼굴도 착한 외모에 성격은 딱봐도 순둥이다. 어쩐지 어릴때 키우던 흑구가 떠오르는 얼굴. 가슴이 찡 했다. 아버지가 잡아먹지만 않았어도 제법 비싸게 팔 수 있었는데 …. 아무튼 앞으로 네 별명은 흑구란다 얼빵아. 나는 최대한 흑구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슈팅스타를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용건은 … 간단히.”
“용건? 없는데.”
“그럼 저 왜 잡으셨니 … 요.”
“궁금한게 있어서.”
“그렇니 … 요. 근데 왜 자꾸 반말이니 … 요.”
“나보다 어려 보여서.”

놀고 있네. 나는 슈팅스타를 노려보았다. 이 녀석이 아무리 나보다 키가 15cm가 더 커도 내 나이가 많을 것이다. 요즘 애들은 키가 크니까. 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굳이 나이를 묻지는 않았다. 쓸데없는 정보는 다른 기억에 방해가 된다. 나는 슈팅스타에게 방긋 웃어주며 뒤로 돌아 잽싸게 달려갔다. 슈팅스타가 내 이름을 모르는 까닭에 가슴아! 하고 부르는게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내 이름은 가슴이가 아니다. 저 새끼는 왜 하필 불러도 가슴이라 부르냐.

……이름은 그냥 이름일 뿐이다. 딱히 나도 내 이름을 좋아하진 않는다.

너털너털 힘없이 걷다가 어느새 새근새근 벽에 기대어 자고 있는 쌍둥이들을 발견했다. 어린애들은 맞는지 자는 얼굴만큼은 천사 뺨치게 고았다. 얼굴만 천사. 속은 악마. 아이들 옆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곧 진짜 테스트에 대한 안내를 하기 위해 들어온 여자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선별 인원 시험도우미 노랑 입니다.”

노랑은 이름처럼 샛노란 단발을 양갈레로 묶은 여자였다. 그녀는 이번 시험에 대한 설명을 조근조근히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참 활기차다. 나는 꾸역꾸역 꼬맹이들을 안고서 그녀가 안내하는대로 서 있기 위해 일어났다. 한 명은 등 뒤어 업고, 한 명은 품에 안고. 이상한 자세로 꾸역꾸역 걷는데, 도통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 녀석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

젊은 나이에 홀아비가 된 느낌이라고나 해야할까.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대기했다.

이번 시험은 한 팀씩 어떠한 방에 들어가서 이루어지는 시험 이었다. 순서대로 들어가는데, 우리팀은 비교적 일찍 들어간 편이라 거의 앞쪽에 서 있었다. 시험에 대한 힌트는 없지, 순서는 앞이지. 지금이야말로 탈락할 위기가 왔다. 신난다.

“아아아아악-!!!!”

싱글벙글 웃으며 대기하는데, 갑자기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덜컥 했다. 이번 시험은 탈락을 하게 된다면 아프게 탈락하나보다. 갑자기 탈락할 생각이 사라졌다. 아까 레로씨가 뭐든 운이 좋으면 통과할 수 있다고 했으니 여태 얻은 그 운을 얻고 싶었다.

우리 팀은 앞에서 세 번째였다. 즉, 조금 전 두번째 팀이 들어갔으니 다음이 바로 우리팀 차례였다. 슬슬 애들이 일어났으면 싶것만, 도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앞에 들어긴 팀은 또 비명을 질렀다. 애들이라도 일어나서 정신이 없으면 좋으려만, 시험에 온 정신을 집중하니 무서웠다.

“다음 팀 들어가세요.”

노랑이 내게 말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어기적 어기적 어색한 품으로 방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 보인건, 족자봉과 아리따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자고로 저렇게 중성적인 사람은 함부로 성별을 추측하면 안된다고 했다. 나는 바르고 고운 자세로 그 사람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선별 인원분 … 들. 저는 유한성 입니다. 이 에반켈님의 층에선 총 시험 감독관 자리에 머물고 있지요.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할 겁니다만 …… 음, 아이 엄마세요?”
“어딜 봐서 제가 아이 엄마입니까! 전 남자라고요!”
“그럼 아이 아빠?”
“얘넨 같은 팀이라구요!”
“하하, 농담입니다.”

긴장 좀 풀어주려고 했어요. 그가 싱긋 웃으며 말해왔다. 농담 두 번 하면 아주 노인네로 만들 지경이다. 땀을 뻘뻘 흘린채 유한성을 바라 보았다. 총 시험 감독관이라면 이중에서도 대장이라는 건데 지금은 힘들어서 잘 보이고 뭐고 다 싫었다. 애들이 안 일어난다. 결국 시험은 나 혼자 치뤄야할 것 같았다.

“시험은 간단합니다. 제 뒤에 문들 보이시죠? 제한 시간 10분 안에 저 문들 중 진짜 문을 찾아서 나가면 됩니다. 단, 시간 안에 진짜 문을 찾지 못하시거나, 10분 안에 시험을 포기하시면 여러분은 죽게 됩니다.”
“10분 … 씩이나요.”
“네, 10분이요. 참, 힌트는 더 이상 없습니다.”
“…쓰벌.”
“네?”
“아니에요. 하하.”

겉으론 웃어도 속으론 울었다. 10분이나 걸릴 만큼 고민해야 하는가. 이 애들을 안고. 게다가 힌트는 없다. 포켓에 보이는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나는 반쯤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되었다. 힌트도 없는데 뭐하러 고민하나. 어차피 늦어도 죽고 빨라서 실수해도 죽고 둘 다 죽는다. 이럴 바에는 그냥 일찍 죽을란다. 애들 안고 있는게 힘들어서 그런건 아니다.

난 꾸역꾸역 걸어가 두 번째 문을 발로 툭 밀었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이었다.

사실 조금 겁이 나서 눈을 꽉 감고 있었다. 실패하면 어떻게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슬쩍 실눈을 뜨고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애들은 여전히 자고 있는 상태였고. 어리둥절하게 주위를 살피는데, 유한성이 내게 다가왔다.

“헉, 직접 죽이려고 …!!”
“네? 합격 축하 한다고 말하려고 왔는데요.”
“합격?!”

너무 황당해서 나도 모르게 쌍둥이들을 안고 있던 팔에 힘을 풀고 허리를 꼿꼿히 세웠다. 카리와 수마가 굴러 떨어지며 꺄아! 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내 머릿속엔 유한성의 합격이라는 단어에 온 신경이 몰렸다.

혹시 거짓말 치고 뒷치기를 할까봐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땀을 삐질 흘리며 말해왔다.

“시험 통과 조건은 5분 안에 아무 문이나 열고 나가기 입니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뭐 …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었으니 시험에 합격한 것은 모두 이 아이들 덕분이군요.”
“아, 하하.”

다리 아래에서 아프다 칭얼대는 쌍둥이들이 조금 예뻐 보였다. 뭐,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잖아? 나는 유한성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쌍둥이들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아이고 이쁜이들.

우리 팀이 처음으로 통과했는지 방은 썰렁함 그 자체였다. 한건 잠자는 것 밖에 없지만 덕분에 일찍 끝났으니 다음 팀이 들어올 때까지 쌍둥이들과 아주 잠깐 잠을 청하기로 했다. 쌍둥이들은 벌써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낑낑 아이들을 끌고 벽에 기대었다. 쌍둥이들을 허벅지에 눕히고, 나도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걸 겪어서인지, 잠이 금방 들어 버렸다.


매지컬 5화


“누나아- 누나아- 일어나!!”
“꼬마야, 굳이 안깨워도 될 것 같아. 하하. 그냥 인사차 온건데.”
“가만 있어 봐요. 이 누나 되게 재밌어요. 봐봐요. 자, 누나는 지금 안 일어나면 평생 거시기가 안생겨요-”
“……쿨.”
“누나 가슴 짝가슴.”
“-뭐 임마?!”

나는 반쯤 눈을 감은채로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며 자꾸 일어나라 보채는 카리의 볼을 꼬집었다. 잠결에 조금 무서운 소리를 들은 것 같았지만 기억에는 없었다. 소름끼쳤는데, 뭘 들은거지. 카리는 볼을 꼬집히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수마는 웃겨 죽겠는지 바닥을 퍽퍽 내리치며 깔깔 웃어댔다. 어쩐지 기분이 묘해서 슬쩍 카리의 볼을 놓은 뒤 눈을 비비며 몇 번 깜박이자 시야를 되찾았다.

가만 보니까 나만 대자로 뻗어 자고 있었다. 민망했다. 초심을 잃지 말자. 볼을 짝짝 내리치며 몸을 다시 말아 앉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미친듯이 웃어대는 쌍둥이들 옆에서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트레이닝 복의 남자가 있었다. 그 추태를 모두 보고 있던 건가. 나는 진지하게 주먹을 쥐고 남자의 머리를 내려쳐 기억을 잃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이 남자는 멀리서 봐도 쪽팔린걸 왜 하필 여기까지 와서 보고 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아니, 인사차 왔는데 … 나는 십이수고, 어, 가슴 … 아니, 음. 힘내.”

뭔 소리야 이 새끼는. 왜 남의 가슴보고 힘내라는 거야.

“아니, 무슨 소리 하시나요. 저 남잔데요.”
“… 남자?”

얼굴 갸름하고, 긴 앞머리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눈은 동그랗고, 여성스러운 부드러운 콧대에, 아낙보다 더 여자애같은 체구인 얘가 남자라고?! 하고 외치는 십이수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내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것이 보이지도 않는지 이건 신의 실수라며 바락바락 외치는 그의 머리로 초록빛 후크가 길게 뻗어나와 십이수의 머리를 후려쳤다. 저 멀리 십이수가 말한 아낙이라는 아이로 추정되는 소녀의 표정이 소름끼치게 살기가 섞여 있었다.

미안하다고 외치며 소녀에게 달려가 빌고 있는 십이수, 넌 그냥 십자수로 결정. 나는 수첩에 하나 하나 정리했다. 슈팅스타, 얼빵이, 십자수, 사악 쌍둥이들 등 알게된 인물들의 이름과 별명을 매치했다. 슈팅스타의 이름은 아마 얼빵이가 말한대로 쿤일 테고. 얼빵이 이름은 모른다. 십자수는 십이수 … 시험관들 이름과 그들의 별명까지 적은 나는 밑에 그들의 주의사항이나 특징도 같이 정리한 뒤 수첩을 닫았다.

다 정리하자마자 문이 열리며 노랑 씨와 레로 씨가 등장했다. 여태 웃는 쌍둥이들 머리에 꿀밤을 먹여주며 얌전히 만든 뒤 그들을 바라 보았다.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여기로 오기 전 방금 감독관님과 통화했는데요- 간단한 게임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그게 뭔 좋은 소식이여 … 게임이 많아지면 힘들잖아.”

누군가 심드렁하니 대답하자 레로 씨는 고개를 저으며 그건 아니란다. 권력자가 주시는 게임인데 당연히 아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짝였다.

“이번 게임에 이기시는 분들은 다음 층으로 가실 수 있습니다.”

레로 씨의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그 게임만 한다면 매지컬을 안해도 다음 층으로 무사히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신난다! 나는 쌍둥이들을 꽉 안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잘생긴 레로 씨를 향해 열렬한 눈빛을 보냈다.

곧 발표하는 게임의 이름은 ‘크라운 게임’이라는 왕관 뺏기 게임. 이름을 듣자마자 몸에 힘이 빠졌다. 전투 능력이 필요할 것 같은 게임이었다. 우리 팀은 최약체. 이번 게임은 굳이 참가를 안해도 시험을 보는 것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할 사람만 하란다.

나는 당연히 빠지려고 했지만 빠질 수가 없었다. 두 꼬맹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꼭 나갈거라고 방방 뛰고 있었다. 이놈들 고집을 누가 꺾으리. 나는 슬픈 얼굴로 시합장으로 전송되었다.


어느새 감옥 같은 곳에 오게 되었고, 철장을 통해 노랑 씨와 레로 씨가 보였다. 그들은 룰을 설명했다. 총 다섯 번의 시합 중 한 번의 참가 기회가 있고, 왕관을 가진 사람은 옥좌에서 내려오면 안되고, 마지막까지 왕관을 쓰고 있으면 통과 란다.

결국 이 게임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보였다.

일단 억지든 뭐든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할 수 있을 만큼은 해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이 게임에 기회는 단 한 번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다. 맨 처음으로 시합에 나가면 백퍼센트 탈락. 적어도 끝자락에는 나가야지 확률이 높아 졌다. 왕관만 쓰고 5분만 버티면 되니까 상관 없겠지. 쌍둥이들이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주위를 준 뒤 첫 시합을 기다렸다.

첫 시합은 십자수네와 어떤 놈 왼팔 잘라먹어 시비가 걸렸던 팀이 등장했다. 십자수는 악해 보였는데 십자수네 팀인 소녀와 옆에 남자가 굉장히 강해 보였다. 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 처음에 나오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지. 나와 시비가 걸린 놈의 왼팔을 잘라준 뿔달린 남자네 팀은 솔직히 약해 보였다. 십자수네랑 비교하자면 말이다.

잠시후 두 팀 외에는 참여하는 팀이 없어 시합이 시작 되었다.

그런데 소녀 혼자서 척척 걸어나오더니 자기 혼자서 저것들을 죄다 해치우겠다 말한다. 소녀의 말에 화가 잔뜩 난건지, 상대팀 중 한명이 소녀에게 다가가며 지도 혼자 하겠단다. 오오. 감탄하며 지켜보는데, 소녀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더니 한방에 날려 버렸다. 벽에 날아가 처박히는 남자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킨 뒤 아무래도 이 게임은 그냥 포기하자 마음 먹었다.

이 이후로도 소녀의 활약은 계속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시니컬하게 비웃더니 단숨에 뚜샤뚜샤. 이제까지 5분? 아니, 겨우 2분 좀 걸렸을까.

소녀를 상대하려는 것들이 싸우는걸 포기하고 왕관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기 시작했다. 결국 왕관만 차지하면 승리한다는 룰을 이용할 생각인듯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룰을 이용할 수 없었다.

눈 깜짝할 세 옥좌 위로 온 소녀 때문이었다.

소녀의 후크가 길게 늘어나며 상대팀을 후려쳐 날렸다. 왕관을 쓴 소녀는 옥좌에 앉아 고고하게 강림했다.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절망했다.

“저걸 어떻게 이겨. 안해!”

게임은, 십자수네 팀의 어마어마한 실력으로 승리로 끝이 났다.


매지컬 6화


엉엉. 나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구석에 쭈그려 앉아 몸을 둥글게 말았다. 무서워서 어떻게 저 인간들을 이겨. 훌쩍이며 절대 시합에는 안나갈 거라 다짐하고 있었다. 마침 다음 시합이 곧 시작되니 나갈 사람은 버저를 누르라는 소리가 나왔다. 하나-둘. 흠. 쌍둥이들만 잘 관리하면 시합은 안나가도 되겠지 생각하며 고개를 드는데, 삐익 하는 소리와 철장이 열렸다.

아. 저게 지옥으로 가는 길인가요? 는 둘째치고 저게 왜 열려! 하고 울부짖으려는데 보니 역시나 쌍둥이들이 해맑은 얼굴로 버저를 누르고 있었다. 저게 그 말로만 듣던 ‘살인 미소’ 구나. 날 죽여라 아기아기들아. 차마 저 애새끼들한테 애새끼들이라고 못하겠다. 하하.

「버저를 누르신 분들은 모두 나오시길 바랍니다!」

“누나. 무서워어-”
“무서워요오-”
“네 녀석들이 눌렀잖아 이 잔망스러운 것들아!”

어쩔 수 없지. 최대한 눈에 안띄고 있어야 겠다. 나는 꼬맹이들을 이끌고 느릿느릿 나갔다. 너무 느려서 시험을 알리는 레로 씨가 짜증낼 정도로. 어쨌든 마지막으로 우리가 나가자 시합이 시작 되었다. 총 세 팀이 나왔다. 한 팀은 무섭게 생긴 애들이 잔뜩. 다른 팀은 이불보에 쌓여 자고있는 남자가 있는 팀. 강하니까 여유가 있어서 자는 거겠지. 나는 최최최최최약체 팀인 능력없는 초미소년과 꼬마 쌍둥이 둘이 소속된 우리 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때, 쌍둥이들이 내 옷 소매를 잡아당기며 슬금슬금 나를 옥좌 쪽으로 밀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최종보스에게 보내려는 애들의 마음에 감동받은 나는 울면서 제발 밀지 말라 외쳤지만 듣는체도 안한다. 웃긴건 우리가 약해보인게 사실인지 아무도 우릴 신경쓰지 않고 저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심지어 소녀도 옥좌에서 일어나지도 않은채 꼬리를 살랑거리며 이건 뭐야.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약해도 남자는 남자다. 소녀의 표정은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는 표정이었다. 감히 날 무시하다니!

“놓아라! 놓으란 말이다! 내 발로 직접 가겠다!”

내 가시돋힌 말에 쌍둥이들이 순진하게 말한다.

“누나가 미쳤나봐 카리-”
“그냥 바보잖아 수마-”

저 망할녀석들 …. 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채 소녀에게 다가갔다. 첫번째. 음침하게 가린 앞머리를 스윽스윽 갈라 주머니에 넣어둔 삔으로 고정 시키고 호감어린 얼굴로 접근. 두번째. 웃는 얼굴로 회유 및 사기치기. 결론. 이건 남자들 엿먹일때 쓰는 방법이다.
여자에게 써본적은 없지만 웃는 얼굴은 그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다에 한 표. 나는 머리를 핀으로 올려 최대한 호감어린 얼굴로 소녀의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안녕 아낙? 나는 지나가던 선별 인원이야.”
“왠 친한척이야, 이쁘장한 얼굴에 선 긋기 전에 치워라 이 계집애야.”
“ㅆ … 하하. 난 남자야. 친한척 해서 미안해. 일단 내 이야기좀 들어주련?”

어째 등장할 때마다 난 남자란다를 매우 열심히 외치는 것 같다. 혹시 훗날 나의 명대사가 ‘마법 소년 매지컬 유리링’과 ‘나는 남자야’ 가 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문득 들었다. 아 … 끔찍해. 나도 보기만해도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뻗는데 아낙이 경계어린 눈으로 날 새초롬하니 올려보더니 곧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래, 강한 애들은 모두 도도한거죠? 잘 알아요. 나는 친근한 미소를 지은채 쭈그려 앉아 아낙과 시선을 마주쳤다. 하지만 애들은 애들일 뿐. 아이들은 순수 결정체야! … 라고 단정할 순 없다는 것을 쌍둥이들을 통해 알긴 알았지만 그래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이 썩 나쁜 반응은 아니지 않을까. 자고로 짐승이 꼬리를 흔드는 것은 호감의 표시.

물론 이 소녀가 짐승이란건 아니고.

“저기. 소녀야. 내 이야기 좀 …”
“좋아. 심심하니까 들어줄게. 대신, 재미 없으면 죽일거야.”
“하하하. 나는 이만 물러갈게. 하하하하.”

재미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아니 되돌아 가리라. 지레 겁먹고 되돌아온 나를 보며 쌍둥이들은 비웃고 있었다. 얼마나 무서운데! 니들이 가란 말이닷! 외치고 싶었지만 겉가죽이 꼬맹이들이라 다행인 줄 알아라 요놈들. 난 씁쓸히 웃었다.

쌍둥이들은 심심했는지 싸우고 있는 녀석들을 기웃거렸다. 어쩐지 저쪽과 이쪽의 공기가 너무 달라서 허탈했다. 진짜 약해 보이는게 맞구나. 세삼 깨달았다.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쩌리처럼 왔다 쩌리처럼 퇴장하는구나. 목숨은 유지해서 다행인가. 등 생각하면서 있는데, 아뿔싸. 카리가 내 손을 뿌리치고 순식간에 아낙에게 달려 갔다.

“카리!! -앗, 수마야!!”

깜짝 놀라 카리의 이름을 부르는 사이에 수마까지 내 손을 놓고 아낙쪽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실로 순식간 이었다. 카리와 수마는 눈 깜짝할 세 아낙에게 가더니 왕관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낙이 누워있다 혀를 차며 공중에 뛰오름과 동시에 수마가 땅을 박차고 아낙에게 손을 뻗었지만 아낙은 자신의 후크로 수마를 후려쳤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수마가 뒤로 공중제비를 하며 착지했다. 자세히 보니 품에는 아까까지는 볼 수 없었던 칼이 보였다. 저걸 어디다 숨겨 왔던거지. 침을 꿀꺽 삼키며 수마를 응시하는데, 갑자기 수마가 울쌍을 지은채 내게 달려와 안긴다.

“수, 수마야?”
“으앙- 누나 무서워어어!”
“도마뱀 꼬리 잘라주세요오오!”

어느새 카리까지 와선 징징징- 어이가 없어 그들을 내려보는데, 저 멀리 옥좌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살기가 있었다. 오, 마이 갓. 아낙이 자기 휴식을 방해했다고 잔뜩 열받은건지 으르렁 거리며 후크를 우리에게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저거 늘어난단 말이야. 나도 무서워!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은 순간이었다.

아낙은 씨익 웃으며 우리에게 후크를 휘둘렀고, 나는 눈을 꽉 감은 그 순간이었다.

“아낙!! 조심해!! 신수다!!”

신수? 어쩐지 익숙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자, 저 멀리 이불보 속에 쌓여있던 남자가 이쪽으로 손을 뻗어 무언갈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위치가 남자, 옥좌, 우리 이렇게 일직선이라, 남자의 손에서 발현된 힘이 우리에게 온다는 말씀.

……아.

나는 멍하니 하이얀 빛이 이곳으로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슬로우모션. 이대로 죽는 건가. 그런데 이렇게 죽으면 쪽팔릴텐데.

이 생각과 동시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내 입도 생존본능으로 자연스럽게 열렸다. 아이들이 다가오는 ‘신수’의 힘에 당황하며 내게 엉겨붙은 것을 마지막으로 느끼며 나는 당당하게 그것을 향해 손을 뻗은채로 외쳤다.

“마법!!! 소녀어언!! 매지컬☆유리리이이잉!!!”

…… 훗 날 이 일은 나를 알게되고 친해진 녀석들이 신나게 비웃으며 나를 놀리는 계기가 되었고, 나는 그때 그냥 죽을걸 괜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후회스러운 일이 되었다.


***


지금
생각해도 난 이걸 왜 쓰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ㅋㅋㅋ아마 스트레스풀려고 쓰는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쳐...

그냥 Ts물쓰고싶었던 느낌? 흠...완결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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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임 2013. 2. 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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